가을되자 곡식 도둑 성행…뙈기밭 지키던 주민 변 당하기도

김정숙군서 도둑들 휘두른 낫에 찔려 50대 남성 사망… "생활난에 도둑 예년보다 늘어"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의 뙈기밭.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김정숙군에서 뙈기밭을 지키던 주민이 괴한이 휘두른 낫에 찔려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이달 초 새벽 김정숙군에서 자신의 뙈기밭을 지키던 50대 김모 씨가 낫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한해 땀 흘려 가꾼 곡식을 지키려고 도둑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양강도에서는 곡식 도둑들이 캄캄한 저녁 시간을 노려 옥수수, 조, 콩, 귀리 등을 닥치는 대로 마구 베어가고 있다.

특히 외진 산골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일궈진 개인 뙈기밭에는 가을이 되면 도둑들이 창궐하는데, 최근에는 여물지도 않은 곡식을 훔쳐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곡식을 지키려는 뙈기밭 주인과 도둑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사망한 김 씨는 김정숙군 읍 외곽의 10평 남짓한 땅에 콩과 옥수수를 심어 가을걷이를 앞두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밤 11시경 뙈기밭에 혼자 경비를 서고 있던 그는 2명의 도둑을 발견하고 돌아갈 것을 권고했으나, 도둑들은 그가 혼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달려들어 폭행을 가했다.

더욱이 도둑들은 들고 있던 낫을 휘둘렀고, 이곳저곳을 찔린 김 씨가 쓰러진 뒤 숨을 거둔 것을 알고서도 그대로 곡식을 도둑질해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정숙군 안전부에서는 범인 색출에 나서는 한편, 야간 이동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심심산골에서 사건이 일어나다 보니 안전부가 일일이 단속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추수철이 다가오면 조그마한 뙈기밭을 가진 주민들이 도둑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 도둑들에게 맞아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도둑들은 인기척을 내면 달아나곤 했으나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식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요즘에는 흉기까지 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최근 생활난으로 도둑들이 예년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밤이면 여기저기서 소리를 치며 도둑을 쫓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