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서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의 담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사상 최대의 제재를 통해 핵 포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이는 오판이고 오산이라며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해보라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겪고 있는 곤난을 잠시라도 면해보자고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며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해 핵무기의 관리와 운용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법제화했다.
실제 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별도로 게재해 채택된 법령의 내용을 자세히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법령은 ▲핵무력의 사명 ▲핵무력의 구성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핵무기사용결정의 집행 ▲핵무기의 사용원칙 ▲핵무기의 사용조건 ▲핵무력의 경상적인 동원태세 ▲핵무기의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 ▲전파방지 ▲기타 등 총 11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특히 북한 당국은 세 번째 조항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에서 “핵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며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핵무기에 대한 모든 결정권은 김 위원장만이 유일적 지휘권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해당 법령 조항에서는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사시 기존에 수립된 핵공격 계획이 자동으로 시행된다는 것으로 핵무력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핵보유국도 이처럼 공세적인 핵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힌 전례가 없다”며 “선제공격의 가능성까지 포함시켜 사실상 모든 환경에서 핵을 사용할 수 있게 법제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법령의 여섯 번째 조항 ‘핵무기 사용조건’에서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이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박 교수는 북한이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보유국과 야합하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령 다섯 번째 조항을 통해 대남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핵국가이면서 핵무기보유국과 야합했다는 표현은 한국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연합방위체제를 이루고 있는 한국은 핵 보유국인 미국과 이미 ‘야합’해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한 것이 되기 때문에 북한의 핵 사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번에 법제화된 핵무력정책으로 인해 북한 당국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에 나온다 하더라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나 군비 축소와 관련된 협상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핵무력정책을 법화해 놓음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었다”며 “이제 만약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며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정책의 법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