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군 떠들썩하게 한 ‘추석 알몸 달리기’ 사건…무슨 일?

[북한 비화] 아들 홀딱 벗겨 뛰게 한 여성·점쟁이 체포…올해 추석에도 주민들 입방아 올라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지난해 추석 늦은 밤 평안북도 천마군 안전부는 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읍에 살고 있던 두 여성을 불시에 체포하고 도 안전국 예심과 구류장에 보냈다.

한가롭던 명절 저녁에 두 여성이 체포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0년 4월 4일 청명날 천마군 가구용 원목 물주이자 돈주인 40대 여성 김모 씨는 산 속 명당을 골라 아버지의 묘를 옮겼다. 그런데 왜인지 그로부터 김 씨의 15살 아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김 씨느 군 안의 명의란 명의는 다 찾아가 보고 도 병원에 평양에 있는 중앙병원까지 돌아다니며 아들의 병을 치료하려 했지만, 가는 곳마다 정확한 진단조차 내리지 못했다.

1년이 넘도록 아들의 원인 모를 병으로 고생하던 김 씨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현대의학이 진단할 수 없는 병이면 귀신병일 수 있으니 진짜 잘 맞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몰래 주소를 받았다.

지인에 따르면 이 점쟁이는 도급 간부들과 아내들만 상대해 보통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김 씨는 2021년 8월 어느 날 아들을 데리고 점쟁이 집을 은밀히 찾아갔다.

“작년에 조상들 승인 없이 묘를 옮겼네 그려. 귀신들 노하게 해서 아들 수명이 몇 달 남지 않았어.”

점쟁이가 하는 말에 깜짝 놀란 김 씨는 이내 아들의 수명을 연장할 액풀이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고, 이에 점쟁이는 다가오는 추석 새벽에 아들이 알몸으로 동네 한 바퀴 돌게 하라고 일러줬다.

추석이 되자 김 씨는 한사코 거부하는 아들에게 ‘안 하면 죽게 된다’면서 홀딱 벗고 마을 주변을 조깅하듯 뛰게 했다.

새벽 어슬녘이라 인적은 드물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김 씨의 15세 아들이 집에서 나와 스무 걸음 정도 뛰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순찰원 2명이 아들을 붙잡아 군 안전부로 끌고 갔다.

군 안전부는 아들에게 낡은 안전원 정복을 입힌 뒤 자초지종을 들었고, 김 씨와 점쟁이를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아들은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미신행위를 한 김 씨와 점쟁이는 군 안전부 구류장에서 고초를 겪고 단련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아들을 알몸으로 뛰게 한 김 씨와 돈을 받고 이상한 행위를 하라고 일러준 점쟁이의 사건은 곧 군내에 일파만파 퍼졌다. 천마군의 주민들은 “아들이 죽는다는데 잴 게 있었겠느냐”,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황당한 액풀이다”라는 등 뒷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김 씨의 가구용 원목 가격은 훅 내려갔다. 천마군 장마당 가구집들에는 한동안 ‘미신을 믿고 자기 아들을 알몸으로 돌렸다는 그 여자네 원목으로 만든 가구가 아니냐’는 주민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일부 가구집이 이에 낭패를 보기도 했다.

올해 추석이 돌아오자 천마군에서는 1년 전 군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추석 알몸 달리기 사건이 다시 주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몇몇 주민들은 “액풀이 안 하면 죽는다던 김 씨 아들은 살아 있나”라며 뒷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