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위안화 환율 하락세 지속…달러 환율은 비교적 강세

9·9절 등 기념일 앞두고 일반적으로 위안화 환율 오르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무역업자들도 달러 원해

지난 6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8100원, 원·위안화 환율은 840원으로 조사됐다. /그래픽=데일리NK

북한 원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 정권수립일(9·9절)과 같은 국가 행사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이 확대되면서 외화 환율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물가 조사 결과 이달 6일 기준 평양에서는 1위안이 북한 돈 840원에 거래됐다.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등 다른 지역도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됐으나, 그중에서도 평양의 원·위안화 환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북중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기 전 북한 원·위안화 환율이 59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2%가 올랐으나, 지난 7월 말부터는 원·위안화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통상 북중 무역이 확대되는 경우 북한 무역기관들이 달러나 위안화를 사들이면서 무역을 준비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난달 초 중국 세관이 북한과의 무역에 참여할 운송 차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공고문을 게재해 북중 간 화물 트럭 및 열차 운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을 때도 북한 내 원·위안화 환율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에서는 북중 화물열차나 육로 재개와 관련한 시그널 나왔지만 정작 북한 내에서는 무역 확대와 관련된 지시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中 대방들 대북 수출품 준비 활발…北 내부 무역 움직임은?)

한편, 북한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800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8100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북한 원·달러 환율이 47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72%가 상승한 것이다.

올해 초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북한에서 달러와 위안화 환율이 모두 크게 상승한 이후 달러는 비교적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안화는 지난 7월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제 시세의 반영, 그리고 북한 내 달러 보유량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 정책 및 유럽 경제 둔화 등의 이유로 달러 강세가 연일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는 경향이 북한 내 시장환율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내부 취재 결과 달러 가치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한 무역기관과 거래하는 중국 대방(무역업자)들도 최근 거래통화로 위안화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6일 “중국 측도 요즘 위안화보다 달러를 원한다”며 “주요 결제는 달러로 하고 부족한 금액만 일부 비(위안화)로 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달러 부족량이 위안화보다 크기 때문에 달러 환율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몇 년간 북한 당국이 시행했던 외화 흡수 정책의 결과로 위안화보다 달러가 더 많이 흡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내부에서 달러가 더 부족한 상황이 달러와 위안화 환율의 차이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