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북한 코로나19 사태는 중대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여러 지역과 단위의 일꾼들이 자기 지역, 자기 단위의 방역 사업에 대한 작전과 지휘를 전투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1990년대 초 동유럽과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된 이후 북한은 더욱 자신들의 사회주의 우월성을 내세우며 대내적으로는 주체사상을 강화하였다. 이는 경제적으로 자력갱생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으나 지금과 같은 폐쇄적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계기가 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위기를 중국의 개방정책과 그 모델에서 해결방안을 찾았다. 김정일은 금강산관광지구, 개성공업지구 등 남한과의 경협을 통해 대외 개방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경제특구, 경제개발구 등의 경제성장 거점을 확보해 나갔다.

그렇지만 경제개혁을 앞세운 북한의 개방정책은 얼마 가지 못해 그 한계성이 드러나고 말았다. 대부분 북중 접경지역 또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위 모기장식 개방정책으로서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불리한 것은 걸러내는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의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물들 것을 우려했던 북한은 자신들의 폐쇄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2020년 초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할 무렵, 북한은 선제적으로 국경 폐쇄조치를 시행하며 국내감염 확산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해왔다. 한국의 경우도 확산 초기부터 ‘K 방역’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정부와 국민의 대응수준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면, 많은 국가들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확진 자들로 인하여 자국 내 코로나 방역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년이 지난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던 국가들이 변이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에도 불구하고 위드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통제와 격리 또는 완화를 반복하는 가운데 국민과의 갈등 속에서도 꾸준한 면역 백신을 공급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22년 봄, 그동안 철저한 방역정책의 시행으로 코로나 환자가 전혀 없다던 북한에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5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중 가장 전파력이 큰 오미크론이 북한 지역에도 예외를 두지 않고 침투함에 따라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한 북한 당국은 전역에 봉쇄령을 내린 가운데 확산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항상 외부로부터의 침투를 늘 경계해 왔다. 사상적, 문화적, 물질적 또는 종교적 침투가 북한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개방 정책을 시도하는 가운데 모기장식 정책을 선택한 이유도 외부의 퇴폐적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변질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그들의 철저한 국경 봉쇄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겠지만, 남한이 전 국민을 상대로 코로나19에 대한 예방백신을 꾸준히 공급한 것과는 달리 북한은 외부로부터 백신을 수입하거나 공급받지 못했다. 특히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대다수의 북한 주민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북핵문제에 따른 강력한 경제제재로 인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코로나19 상황에 있어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변이바이러스에 대해 지금과 같은 봉쇄와 통제로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남한이 제안한 백신 제공과 코로나19의 공동 대응방안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에서 봉쇄와 통제정책은 민주주의국가에서 시행하는 것에 비해 매우 쉽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대응정책에서 보았다. 또한 아무리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중국과 북한의 경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북한은 이제 봉쇄와 통제에 의존한 정책에서 벗어나 앞으로 계속될 변이바이러스 발생과 그 추이에 대해 외부세계와 공조해 나가야 한다.

총체적으로 볼 때 지금의 북한 경제상황과 코로나19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 정책을 다시금 추진하되, 모기장식 정책이 아닌 외부의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촘촘한 모기장이라도 바이러스나 자본주의 문화를 봉쇄할 수는 없다. 이를 통해 강한 면역력과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이번 북한의 코로나 19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정상적인 시장주의를 받아들여 경제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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