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판매하는 수냉식컴퓨터에 대만, 미국 부품이 들어갔다?

대만 'IN WIN'의 PC 케이스, 미국 'Corsair'의 전원공급장치 등 사용한 것으로 보여

북한 수냉식 컴퓨터
북한 컴퓨터 제조회사 아침합영회사에서 제작한 수냉식 컴퓨터. / 사진=조선의무역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지난해 10대 최우수정보기술기업에 수냉식컴퓨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아침컴퓨터합영회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곳에서 제작한 수냉식컴퓨터에 대만과 미국 회사 부품들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근거가 포착됐다.

북한 사이트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에 공개된 아침컴퓨터합영회사의 ‘수랭식콤퓨터 Core i5 (6세대)’와 ‘탁상형콤퓨터(수랭식) Core i3’의 사진을 살펴보면 제품 케이스에 ‘IN WIN’(인윈)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인윈은 대만의 글로벌 PC 하드웨어 제조 업체로, 컴퓨터 케이스를 전문으로 생산한다.

먼저 ‘수랭식콤퓨터 Core i5 (6세대)’에 사용된 케이스는 인윈 303 모델로 보인다. 전원 버튼과 로고 위치, 각종 단자 개수 및 종류가 동일하다.

또 ‘탁상형콤퓨터(수랭식) Core i3’에 사용된 케이스 역시 인윈 805 TG3.0 블랙과 상당히 유사하다. 각종 단자 위치와 개수, 냉각 팬 위치, 전원공급장치, 저장장치 배치가 같다.

두 컴퓨터 모두 전면에 아침컴퓨터합영회사의 로고인 ‘아침’이라는 글자가 삽입돼 있다.

대만 인윈 PC 케이스(좌), 북한 아침컴퓨터합영회사 제조 PC(우) /사진=IN WIN 홈페이지,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 캡처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탁상형콤퓨터(수랭식) Core i3’의 전원공급장치가 VS-450인 것인데, VS-450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본사를 둔 컴퓨터 주변기기 및 하드웨어 회사 ‘Corsair'(커세어)의 제품이다.

또 PC 이름에 들어가는 ‘Core i3’, ‘Core i5’는 미국 인텔 사(社)의 CPU 제품이다. 탁상형컴퓨터에는 ‘Intel Core i3-6100 3.4㎓’가 사용됐으며, 수랭식콤퓨터에는 정확한 CPU 모델명이 나와 있지 않다.

‘아침컴퓨터합영회사’는 북한 전자제춤 조립 생산 업체인 아침과 중국 난징 팬더전자집단유한회사가 합작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중국 측에서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고 북한 측은 이를 조립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제품의 부품 역시 중국 측에서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대만 인윈 PC 케이스(좌), 북한 아침컴퓨터합영회사 제조 PC(우) / 사진=IN WIN홈페이지,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 캡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금속제품, 기계류, 전기전자제품의 북한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해외의 전자기기 부속품을 수입해 생산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제품들을 언제 게시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아 최신형 제품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에 사용된 CPU가 모두 2015년 출시된 인텔 코어 i시리즈 6세대라는 점과 전원공급장치가 2014년 생산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최신형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최신의 컴퓨터 부품을 수입하지 못하는 북한이 오래된 제품을 조립해 내부에서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