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고층 아파트에서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방성이 인민군 군의관(의무관), 위생병(하전사)들을 동원해 ‘물 공급 전투’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양시 군 소식통은 30일 “평양시 비상방역지휘부는 미래과학자거리 고층 살림집에 격리된 시민들이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보고받고 국방성과 토론해 지난 23일 자정부터 평양시 의약품 공급 임무를 맡은 별동대 군의, 하전사들을 물 공급 전투에 총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의관들을 비롯한 군인들을 대거 파견해 평양시에 24시간 약품을 원활하게 보장하도록 지시한 상황에서 낮에는 약 공급을, 밤에는 물을 길어 격리자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비상방역지휘부와 국방성은 지난 23일 협의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지역별 단위별 격폐 조치로 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애로가 조성되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수도라고 결론 내리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우선 민원이 나온 미래과학자거리를 중심으로 수도를 공급하고, 그 외 평양시 다른 구역이나 동별로 격리된 주민들의 물 부족 호소가 있다면 해당 지역의 당위원회가 주민들을 최대한 안정시키면서 지역에 파견된 별동대 군인들을 동원해 야간 물 공급 전투를 조직·전개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놨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미래과학자거리 아파트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돼 상수도 체계가 낡은 것도 아닌데 요즘 들어 진흙물이 나오거나 수압이 약해 고층까지 물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구역당 선전부들에서 아파트 아래에 방송차를 대고 ‘물이 부족해도 조금만 참고 당의 방역정책에 따라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금 농촌에 전기를 보내면서 3일에 한 번 주던 물을 지금은 한 주에 한 번 주고 있고 그나마도 몇 분 쫄쫄 나오고 만다”면서 “격리로 집에 머물라고 하면서 물을 안 보내주니 목욕도 못 하고 있고 설거지물을 모아두었다가 화장실 물로 사용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열악하고 낙후한 수도 공급 체계를 신경 쓸 새 없이 전국적 봉쇄와 발열자 격리 방침을 강행했다. 가뜩이나 모내기철이 겹쳐 농촌에 전기를 우선 보내야 하는 상황에 평양시 고층 아파트 세대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식통은 “사람을 집에 가두었으면 다른 건 몰라도 먹는 물과 화장실 물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줘야 하는데 고층 사람들은 물이 없으니 음식을 먹기도, 화장실(대소변)을 보기도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에 현재 평양시와 국방성은 물 공급 전투로 주민 불만 해소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소식통은 “국방성은 군인들이 높은 당성과 인민관을 지니고 헌신 분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별동대 군인들은 미래과학자거리 아파트를 돌면서 세대 문 앞에 내놓은 동호수가 적힌 10ℓ짜리 물 장통(플라스틱통)을 거두어 아파트 경비실 앞에 모아두었다가 물을 채워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물통을 문 앞에 다시 놔두는 방식으로 격리 세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들은 군인들을 동원해 보내주는 수돗물의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내부에서는 ‘하루 10ℓ를 가지고 3~4명이 종일 살라고 하는데 화장실도 볼 수 없는 양이니 수돗물을 3일에 한 번은 보내주면 좋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