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바이든 순방 직후 ICBM·단거리 미사일 섞어쏴…정치적 의도 ↑

전문가 “한미·미일정상회담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과 경고 메시지가 발신된 데 대한 반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전날인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북억지력을 무력화하고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께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첫번째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360km, 고도 약 540km로 관측됐다. 우리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지난 3월 발사시 공중에서 폭파돼 시험에 실패한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탄도미사일은 고도 약 20km에서 소실됐으며, 세 번째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760km, 고도 약 60km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은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F-15K 30여대의 전투기가 무장한 채 지상 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하고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실사격했다. 

한편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30분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고 상시 대비태세 유지 및 한미 정상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을 이행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북한이 대미용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대남·대일용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섞어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군사훈련 확대, 미군 전략자산 전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등에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 인권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미일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억제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순방까지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후 워싱턴 DC에 도착하기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정치적 도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방문이 끝나고 귀국시점을 명확히 겨냥한 도발”이라며 “한미와 미일 정상회담, 쿼드 회의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대응과 경고 메시지가 발신됐기 때문에 북한이 이에 대한 반발을 미사일 발사를 통해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북한의 이번 발사는 기존 미사일 시험과 궤적이나 고도가 비슷해 성능 개량을 위한 북한 내부 자체 시간표에 따른 시험 발사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발사로 한미일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북한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 재확인됐다”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미국이 아니라 북한 자신임을 확인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