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호전 추이’ 회람장…주민들 “어떻게 하루아침에 완쾌?”

김정은 지도력 부각하며 방역정책 우수성 여론전…주민들은 ”병은 사상으로 고치는 것 아냐“ 지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발열자를 위해 내놓은 상비약품이 황해남도 인민들에게 전달됐다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연일 발열자 감소 수치를 제시하며 내부 전염병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관련 회람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호전 추이를 언급한 만큼 내부적으로도 코로나 우수 대응 및 자력 관리에 관한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2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 혜산시 인민반들에서는 유열자(발열자)들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의 도(道) 비상방역지휘부 명의 회람장을 돌렸다.

회람장에는 ‘원수님(김정은)께서 보내주신 은정어린 사랑의 불사약으로 완쾌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혜산시의 경우 유열자 2700여명 중 1500여명이 완쾌돼 12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당과 국가가 취한 방역 정책의 정당성과 과학성을 실생활을 통해 주민들이 절감하도록 하며, 당중앙이 제시한 방침과 정책을 생명선으로 받아들이고 악성 비루스(바이러스)를 격퇴하는 마지막 날까지 승리의 신심을 가지고 방역대전에 사상적으로 동원될 것’이라는 당부의 내용도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또 ‘오늘의 방역전은 단순히 악성 전염병과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의 사상과 제도, 존엄과 능력, 단결력과 전투력의 성패를 판가림하는 준엄한 대결전이라는 것을 잘 알고, 모든 주민들이 투철한 혁명 정신을 가지고 당중앙의 사상과 뜻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고 한다.

북한은 이렇듯 주민들이 보는 회람장을 통해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부각하는 한편, 강력한 통제에 따른 주민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한 사상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병은 사상과 신념으로 고치는 게 아니다’는 등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정부의 방역정책 선전과는 다르게 여기(혜산)는 검사 도구나 치료제 부족으로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염병 환자에게는 사상이나 신념보다는 왁찐(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는 환자 수를 알려주지도 않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면서 “정부의 치료제 공급이 원활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완쾌된 환자 수가 늘어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 당국의 발표를 보면 신규 유열자 사망자 수가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북한 내부상황과 통계산출 방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호전 방향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