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증상 시달린 김정숙군 20대 女, 아편 주사 맞았다가 사망

北 주민들 의약품 부족에 아프면 마약류 찾아…오남용으로 사망하는 사례 끊이지 않아

함경북도 청진 라남제약공장에서 생산한 아편가루.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김정숙군에서 아편 주사를 맞은 2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김정숙군에 사는 20대 여성 이모 씨가 감기 치료를 위해 아편 주사를 맞은 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씨는 인근 혜산시에서 다양한 생필품들을 가져다 김정숙군에 있는 집에서 파는 소매 장사꾼이었다. 그러다 최근 며칠간 미열, 오한, 두통 등 감기 증상에 시달렸고 집에 있던 감기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자리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이에 이 씨의 어머니는 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편을 구해 주사를 놓았다. 숟가락 위에 아편 덩어리 적당량과 물을 섞고 불에 구슬려 액체가 된 아편을 주사기에 넣고 정맥에 주사한 것.

그러나 의료기관의 제대로 된 처방도 없이 아편 주사를 맞은 이 씨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체계와 의약품 부족으로 북한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아편이나, 필로폰 등 마약류를 의약품 대신으로 사용해왔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마약류를 의약품 대신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시장에 각종 가짜 의약품이 유통돼 돈을 주고 약을 사먹어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위협받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가정 내 환자가 있으면 아편을 더 많이 찾고 있고, 이 과정에서 마약류 오남용으로 인한 각종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이 씨의 사망은 북한의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약을 먹어 안 되면 병원이라도 가야 하나 의사들은 환자의 병 상태를 보기 전에 (뇌물을 가져왔는지) 손을 먼저 살피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병원에 가지 못하고 마약을 구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사망 사례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딸 이 씨에게 아편 주사를 놔준 어머니는 ‘내 손으로 딸을 죽였다’며 가슴을 치며 한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다 키워놓은 딸이 시집도 가기 전에 자신이 놔준 주사를 맞고 숨졌으니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느냐”면서 “이 씨의 사망 소식이 주변에 퍼지면서 주민들은 안타까움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