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서 들여온 의약품 평양시와 군(軍) 중심으로 보급

소식통 “제조 일자, 유통기한 명시돼 있지 않은 약품 상당수 포함”…태부족에 일단 수용하는 듯

북한 평양시의 한 약국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의약품 ‘连花清瘟胶囊’(연화청온캡슐). /사진=데일리NK

데일리NK는 23일 북한 평양시의 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의약품 사진을 입수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수입해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중국산 의약품은 군(軍)과 평양시에 우선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입수한 사진에는 ‘连花清瘟胶囊’(연화청온캡슐)이라고 쓰인 작은 약상자와 내용물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은색 포장지가 담겨 있다. 약상자 표면에는 유행성 감기에 효과가 있으며 고열과 오한, 근육통, 콧물, 기침, 두통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연구팀은 과거 연교, 자마황, 어성초, 감초 등 약재로 만들어진 중의약 ‘연화청온캡슐’이 코로나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은 이 약을 주민들에게 해열·진통제로 소개하며 북한 돈 1만 5000원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이 기존에 시장에서 구매하던 해열제나 진통제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지만 당장 약이 필요한 주민들은 이마저 구매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16일 이전까지만 해도 약국에 해열제나 진통제 등 기본적인 의약품이 구비돼 있지 않았지만, 16일을 기점으로 해열제, 감기약, 지사제 등 의약품을 약국에서 소량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북한은 약국에서 의약품을 개인에게 판매할 때 시민증(주민등록증)을 반드시 확인하고 있으며 누가 어떤 증상을 보여 해당 약품을 구매하는지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약국에 파견된 군의국 관계자들은 개인이 두 통 이상의 의약품을 사지 못하게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의약품 사재기 현상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은 개인이 직접 약국에 방문하기보다는 인민반을 통해 인민반 봉사대가 주민들이 필요한 약을 취합해서 한 번에 구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주민들이 한꺼번에 약국으로 몰려오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수입한 의약품을 인민군 군의국에도 보급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에 의약품 공급을 지시하면서 전시용 비상약품이 바닥나자 군에 우선적으로 중국산 의약품을 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소식통은 “군의국에 배정된 중국산 의약품 중에는 제조 일자와 유통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은 약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제조 일자나 유통기한이 적시되지 않은 약품들은 북한 당국이 공식 수입한 물품인지, 무역기관이 조달한 제품인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장 의약품이 태부족하다 보니 제조처나 사용기한이 명확하지 않은 약품도 모두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허가 의약품 ‘푸러시퉁'(扑热息痛). 북한에서 흔히 감기약, 진통제, 해열제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NK

그러나 지방 도시에는 현재까지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들여온 의약품이 보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부터 신의주시에서는 약국에서 중국산 해열제와 진통제, 감기약 등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주로 미허가 약품으로 밀수를 통해 반입된 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신의주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약품 사진도 입수했는데, 사진 속 ‘扑热息痛’(푸러시퉁)은 파라세타몰 성분의 미허가 의약품으로 북한에서는 흔히 해열·진통제로 쓰이고 있다.

지방에서는 의약품이 부족하자 밀수로 들여온 미허가 약품까지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