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품 질제고’ 김정은 지적에 지방들 “수입 없애고 국산 생산”

'질 좋은 국산 제품 싸게 팔아 수입품 사라지게 하겠다' 계획에 주민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비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김화군의 지방공업공장들에서 지난 2년간 공업 생산액이 2배 이상으로 장성하고 군 인민들의 사상정신 상태와 물질문화생활 영역에서 놀라운 진전이 이룩되고 있다”면서 “이는 당의 지방공업 발전 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뚜렷이 실증해 준다”라고 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인민소비품과 기초식품의 질제고를 경공업부문의 첫째 과업으로 세워야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최근 지역 도당이 인민소비품과 기초식품 마련에 대한 계획안을 중앙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강원도당은 ‘인민소비품과 기초식품의 질을 높이는 것을 첫째 과업으로 내세우고 투쟁을 벌여 인민생활 향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새해 계획안을 지난달 8일 중앙에 올려보냈으며 지난달 말 이에 대한 비준을 받았다.

강원도는 기초식품인 식용유, 맛내기(조미료), 간장, 된장, 식초, 후추, 참깨 등이 전부 중국에서 들어온 수입품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주민들이 장마당 기초식품매대에서 수입 식품을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내용을 결의안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세수비누, 빨래비누, 치약, 칫솔, 수건, 면도칼, 위생종이(화장지), 물비누 등도 비싼 중국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밝히며 이러한 소비품을 국내산으로 바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입품보다 더 좋은 기초식품과 인민소비품을 만들어내 수입품들이 자연적으로 사라지고 주민들도 국내산만을 선호하는 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강원도는 기초식품과 생활필수품을 도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국가상점에서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주민들의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국영 공업품의 생산과 상업망을 정상화해 시장보다 국영상점의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는 북한 당국의 방침을 반영한 계획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강원도는 많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도 내에서 생산·판매하면서 도당이 수익을 창출하고 주민생활 안정화에도 기여하면서 동시에 수입품보다 국산품을 선호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가 밝힌 결의서의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도가 처한 현실은 전혀 모르고 실현되기 어려운 내용들만 가득 써놓은 결의안”이라며  “도내 연관부문 일군(일꾼·간부)들과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보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도내 식료공장에서 생산한 과자나 사탕, 즉석국수 등 식료품들의 질이 현저히 낮아 이를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dp 결국 국정가격으로 상점 직원들에게 강제로 판매하거나 처분하는 수준인데 어떻게 갑자기 질좋은 상품을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생산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 경공업 공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경공업 공장 일꾼들은 지금 처한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자재로 질좋은 상품을 대량 생산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현재 경공업 공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는 물론 주요 원료와 자재도 모두 중국 수입품이기 때문에 완전한 국산을 생산할 수도 없는 환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식통은 “그나마 최근에는 시장에 수입품이 들어와서 중국산 맛내기며 기름을 잘 사 먹고 있는데 갑자기 수입품이 끊기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인민생활을 윤택하게 하려는 조치라면 당연히 인민들에게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살펴봐야지 무조건 중앙에서 좋아할 얘기만 써놓은 계획비준안이 무슨 쓸모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하순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밝히며 지방 경제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열악한 지방 경제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자 각 지역 도당이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