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對 윤석열(Ⅳ): 북한체제 변화를 위한 5化 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합

김정은의 핵질주가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5월이면 교체된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앞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북한을 당당하게 상대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넘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특히 필자는 당면한 최대현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포괄적 개념의 ‘비핵화’ 전략을 지속 추진해 나가되, 핀-포인트(pin-point)식의 다양한 ‘무용화(無用化)’ 전략전술을 가미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핵 무용화 전략의 핵심은 ①자강(自强) ②미국의 핵우산 장치 보강 ③북한의 위법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④북한체제가 선택가능한 미래 청사진(붕괴 對 발전) 제시 등을 통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천신만고 끝에 핵보유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그 다음이 문제다. 오히려 민심이반, 정권멸망을 자초하는 화근이 될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 즉 김정은의 심리를 직격하는 것이다”(2022. 4. 4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북한체제를 보는 관점과 대북정책 기저(基底)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제는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해야 한다. 이상주의든 현실주의든, 어느 한 논리만 가지고 분단국의 현실과 미래를 설명·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분명히 과거는 물론 현재도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주적’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2021.1)에서 기존의 ‘全 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에 ‘핵무력을 통한 무력통일’ 노선까지 보강하였다. 이 같은 의도는 최근 김정은을 비롯한 수뇌부의 “서울 주요시설 타격” 공갈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비하더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게 민족의 분단을 끝내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와 협력의 상대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북한 주민들의 삶이다. 우리는 북한당국과 대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정경분리 원칙과 동포애·인류보편적 가치의 구현 차원에서 이들의 기본권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김정은의 환심을 얻기 위해 비참한 현실을 방치하거나 이들을 돕는 사람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반인륜적·반민족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5전략

필자는 새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①핵을 넘어(beyond nuclear) ②대의명분 ③글로벌 협력과 같은 마인드에 기초하여 5化(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화, 세계화) 전략을 ▲정세변화에 구애받지 말고 ▲가용한 공식·비공식 수단을 총동원하여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장 먼저, 새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노력을 경주하되 ‘핵문제에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 국가 역량을 우리 내부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의 가치, 기술,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데 집중해 나가야 한다. 핵문제는 대통령과 전문부서의 중요한 실무의 하나로 다루어 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명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 국제법, 남북한 주민의 안위·기본권 등과 관련된 문제는 일시적으로 곤궁에 처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상대는 김정은이 아니라 5천만 우리 국민이며, 2천5백만 북한주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지난 감상적 민족주의나 김정은에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더넓은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5化 전략은 이같은 대북정책 기조를 현실에서 구현해 나가기 위한 원칙이자 수단이다. 동 전략의 첫번째는 누가 뭐래도 ‘북한 비핵화’다. 핵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한국의 최대 장애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서두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새정부는 ▲장기적인 안목과 당사자라는 관점을 가지고 ▲국제사회와의 유기적 공조를 이끌어 내면서 ▲북한을 설득·압박해 나가야 한다. 먼저 한·미 간에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성안하고 이를 북한에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즉 북한의 셈법이나 밀실이 아닌 우리의 운동장으로 북한을 당당하게 불러내는게 먼저다. 쉽지 않은 노정이 예상되므로, 우리는 자강(自强)과 한미동맹 강화에 주력하면서 북한체제 변화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둘째, 비핵화는 하세월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북한체제 ‘자유화’를 위한 활동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인간의 기본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주민들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정부는 이를 방기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이동과 신앙의 자유 보장, 라디오·TV채널 봉인 해제, 인터넷 개방, 공개처형 및 정치범 수용소 철폐 등을 국제사회와 공식·비공식적으로 연대하며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가야 한다.

세번째는 ‘시장화’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해지고 국가가 주민들의 삶을 책임질수 없게 되면서 사경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민의 70% 이상이 장마당을 기반으로 생계를 영위하며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내 붉은 자본가를 주축으로 한 네트워크와의 접촉 채널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코로나19를 구실로 국경을 폐쇄한 상태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사상교양보장법 등을 제정하고 이중삼중의 주민통제를 강화하면서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다양한 공식·비공식 접촉면 확대를 통해 외부세계 소식, K-드라마·K-팝 등 한류를 전파해 나가야 한다.

네번째는 이같은 시장화 활동 등을 통해 ‘친한화’를 함께 도모해 나가야 한다. 잘 아시다시피 독일통일은 동독주민이 서독으로의 편입을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는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 경제문화교류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전파하고 민족동질성을 유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 탈북민 대책 전면 재정비, 식량·의료품 등 지원(모니터링 강화), 새세대간 교류, 경평축구·컨서트 등 체육문화 행사 등이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다섯번째로 ‘세계화’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을 자력갱생에 기초한 폐쇄체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 (global standard)가 작동하는 정상국가로 유도해야 한다. 북한 당국에게 비핵화에 호응할 경우 ‘경제부흥 청사진’을 제시하고 북한 경제특구의 활성화, 관료들의 시장경제 연수 확대,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가입 등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결 어

대한민국 통일방안(대북정책)은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의 3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인 제 1단계가 북한의 호응과 선의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5化 전략은 ‘화해협력’ 단계에서 비핵화와 북한체제 변화를 동시에 추진해 나가는 복합적·실천적 방안이다. 북한을 더 크게 종합적인 시각(paradime)에서 접근한다. 북핵에만 매달리는게 아니라, 김정은과 북한사회를 직격하여 ‘위로부터의 변화’와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동시에 모색해 나간다. 레짐 체인지를 공식목표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독일통일 과정에 보았듯이 북한내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는 상황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적극 대비해 나간다.

특히 당면현안인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김정은이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거나 더디게 진전시키더라도, 우리 정부가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는 상황은 피할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수 있다. 통일부·외교부 등 정부내 안보부처의 보다 창의적인 논의를 기대해 본다. ‘승거목단 수적천석’(繩鋸木斷 水滴穿石: 먹줄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리고 물방울이 계속 떨어지면 돌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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