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 뒤로 챙기고 수량까지 조작…양정-후방부, 부정부패 유착

‘불법 계약’ 보여주기 형식절차 밟아...소식통 "서로 뒤봐주기로 막대한 군량미 빼돌려"

김정은 현지지도
지난 2020년 10월 조선인민군 제810군 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에서 군량미를 두고 양정사업소와 인민군 후방부가 결탁, 막대한 양을 뒤로 빼돌려 챙긴 정황이 드러나 당국이 집중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평안남북도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1, 2월 도급 양정 기관에 검열단이 들이닥쳐 벼 도정(搗精) 장부와 물량을 따져보다가 발각됐다.

일단 양정사업소는 도정한 양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군량미를 챙겼다. 북한에서는 이를 ‘피를 떼먹었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여기에 군 후방부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해 이른바 ‘비법(불법) 계약’을 맺었다.

부정부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군 후방부는 도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모() 비율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군량미를 챙겼다. 예를 들면 마른 벼를 가져와서는 젖은 게 많다고 둘러대는 식이다. 도정 후 적은 양이 나왔다고 기록하면서 그 차이만큼의 군량미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 모든 건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두 기관의 보여주기식 형식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두 기관 모두 챙기는 양이 있으니 이런 식의 양정 비리가 가능했던 셈이다.

소식통은 “협동작전으로 군량미에도 손을 대고 있던 고질적 수법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검열단은 두 단위(양정기관, 군 후방부)의 이런 불법 양정 유착관계를 발견해 전국 양정 검열 성원에게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도정해주는 단위나 이를 가져가는 단위나 마음먹고 협의 비리를 저지르는데, 당(黨)이 일일이 감시·감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냐”면서 “이에 이런 비리가 일상화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 후방부들은 이렇게 뒤로 빼돌린 군량미를 양정사업소 빈 창고에 보관하는 대담한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양정 기관에서는 군량미를 실은 차 무게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법은 평안남북도 곳곳에서 유사하게 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는 전언이다.

일단 이번 부정부패에 연루된 관련자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예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대 결심(2021년 6월)에 따른 군량미 출고 명령 때 양곡 수량 부족으로 최고지도자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점에서다.

양정 기관과 군부대 후방부 간부들이 호의호식하고 있었다는데 당국은 더욱 분개했다고 한다.

다만 보여주기식 처벌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양정과 군부대 군량미 농간질에 안 얽힌 간부가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식량난이 대물림되면서 훔쳐먹든 합법적으로 떼먹던 제기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 오랜 관습이 됐으며 쌀 다루는 놈이 쌀 떼먹는 것은 응당한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정 기관 신세를 안진 도, 시, 군 간부들이 없으니 검열에서 힘(배경) 없는 한두 명 철직시키고 또 끝날 일이라며 검열 결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 중앙당 경제부와 내각 농업위원회(이전 농업성)는 지난달 26일부터 전국의 양정사업소에 대한 대대적 검열을 진행 중이다.

중앙당 경제부는 전국 양정 검열 비리에 대해 일일 통보자료로 전국 검열단이 공유하는 체계를 유지하면서 “양정 관리의 내면을 전부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北서 초대형 양곡 비리 터지나?… “초유의 전국 양정사업소 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