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연락 말라” 南탈북민 가족 돈 완강 거절…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남한 거주 탈북민 가족이 보내는 돈을 안 받겠다고 완강하게 거절하는 사례가 포착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9일 회령시에 살고 있는 김 모(60대) 씨가 설을 맞아 남쪽에 있는 딸이 보낸 돈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면서 “송금브로커가 3번을 찾아갔지만 끝내 돈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는 탈북하면서 남기고 간 딸의 아들(10세)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는 딸이 종종 보내는 돈으로 손주를 돌보며 생활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송금브로커가 보위부에 체포되면서 김 씨도 화를 입었다.

김 씨는 보위부에서 15일간의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택수색을 당해 중국돈 5500위안(元, 한화 약 100만 원)까지 뺏겼을 뿐만 아니라 단련대 1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이후 정보원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가 가는 곳마다 미행이 따라붙어 김 씨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돈을 받고 혼쭐이 난 김 씨는 송금 브로커가 건네주는 돈을 받지 않으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전언이다.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너의 아들도 잘 키우고 있으니, 너나 거기서 잘 살면 우리는 바랄 것이 없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다시는 집에 사람을 보내지 말아달라. 그것이 우리를 돕는 길이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이 탈북 가족들에게 얼마나 겁을 줬으면 생활이 어려우면서도 돈을 안 받고 다시 가지고 가라고 하겠는가”면서 “최근 들어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소유자와 사용자를 무조건 교화소로 보낸다는 인민반 회의까지 수차례 진행되면서 더욱 공포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탈북민들이 돈을 보내도 가족들이 거부하는 상황이다”면서 “가족이 힘들게 보내온 돈을 쓰지도 못하고 보위부에 떼이고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하니 차라리 죽을 먹더라도 마음 편히 살겠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