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발생하는 가스질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이 수도 평양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원격 가스 경보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구역별 동사무소에서는 이달 초부터 석탄을 때는 동, 인민반 위주로 ‘블루투스 원격 가스 경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겨울철이면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세대별 순번을 정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던 북한 인민반 가스 순찰 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구멍탄(연탄), 볏짚, 옥수수 뿌리 등을 난방용 연료로 사용한다. 다만 여기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가스는 심한 경우 주민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난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살림집을 공급받는 북한 주민들은 이런 가스중독 및 질식사고에 쉽게 노출돼 있어 안전 문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가스 경보기에 대한 주민 수요는 상당하다고 한다. 소식통은 “평양시 중심구역과 새로 지은 살림집 구획을 중심으로 인기가 급속히 번지다 못해 난로를 때는 기관·기업소 사무실에 설치하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평양시 미래과학자거리, 9·9절거리 등 중심구역을 시작으로 인민반 세대별로 구매 신청을 받아 1대당 27달러에 가스 경보기를 판매, 설치 중이다. ‘미래과학 기술교류사’에서 개발한 이 가스 경보기는 국가에서 지정한 제2경제위원회 산하 일부 군수공장들에서 다량 생산되고 있다.
소식통은 “공장 판매과에서 몰래 파는 걸 직방(직거래)해서 사면 20딸라(달러)인데 구역에서 5딸라, 동에서 2딸라를 더 붙여서 팔고 있다”면서 “평양시 주변구역 주민들은 미국을 증오하라면서 새 제품이 나오기만 하면 다 미국 돈으로 판다며 어이없다는 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가스 경보기 판매는 주민들의 생명 안전 보호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외화를 확보할 기회인 셈이다.
소식통은 “원격 가스 경보기를 동사무소에서 산 다음 집 중앙 천장이나 무동력 보일러를 때는 방 천장에 설치하고, 설명서에 따라 손전화(휴대전화) 블루투스에 연결한다”며 “손전화와 연결돼있어 일산화탄소 농도 위험수치가 측정될 때 자동으로 경보가 울려 가스질식 사고를 방지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떤 집들에서는 바닥에 놓아두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탄산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아 자는 사람을 질식시키므로 바닥에 놓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소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도와 달리 지방에서는 가스 경보기 판매가 왕성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도 주민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지방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형편이 괜찮은 세대들이 평양시에 부탁 구매해 설치하고 있지만, 국경봉쇄로 사는 게 더 어려워진 주민들은 그 돈이면 차라리 강냉이(옥수수)를 사먹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며 “지방에서의 설치는 먼 앞날의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