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후 1년 넘게 장세 변동 無…북한, 상인 불만 의식?

소식통 "오히려 '장세 낮춰줘야' 요구 많아...세수원 자세 겸손해져"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후 현재까지 시장 사용료를 올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통제로 주민들의 시장 수입이 급감하자 당국도 장세를 인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성 옥전종합시장의 1일 장세는 북한 돈 3000~5000원 수준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가격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달 초 품목별 장세를 살펴보면 곡물, 과일채소, 잡화 판매 매대의 장세는 3000원, 수산물 매대는 4000원, 가전기기와 의류 매대는 5000원이었다.

평성 옥전종합시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도매시장으로 대규모 시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지역의 일반 시장과 비교할 때 매대 면적이 크고 장세가 높은 편이다.

평안남도 평성 옥전종합시장의 장세. 지난해 1월 국경봉쇄 이전과 현재 장세가 같은 것으로 조사됐다. /표=데일리NK

또한 함경도, 양강도 등 다른 지역 시장의 장세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장세는 시장의 매대 사용료로, 당국이 시장을 통해 거둬들이는 공식적 세수다.

북한 당국은 올 초 제8차 당대회 이후 내각에 하달되는 당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각 지역에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돼 왔던 시장 시스템을 국가의 계획지표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조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 시장 금지?… “NO! 관리·감독 강화로 재정 확충 노린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국은 내각 산하에 있는 국가품질감독국과 상업성의 역할을 강화해 모든 상업기관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동시에 시장관리소의 감독 항목을 세분화해 다양한 명목으로 장세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이를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시장에 나와도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없는데 장세까지 올리면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며 “벌이가 낮아진 만큼 오히려 국가에서 장세를 낮춰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수입품 유통량이 현격히 감소하면서 중국산 공산품을 취급하던 상인들은 품목을 변경해 근근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 시장 매대 사용료 중 중국산 공산품에 대한 장세가 가장 높기 때문에 상인들이 국산 잡화나 식료품으로 품목을 변경했을 경우 시장관리소가 거둬들이는 세액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북한 당국은 국경 봉쇄 전인 2019년 5월 전국 공식 시장의 장세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1000~2000원 정도 하던 곡물 매대의 장세가 3000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당시 당국은 대북제재로 수입량이 줄어들고 이를 취급하는 상인들의 수도 다소 감소하자 시장 세액을 보전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북한은 올해에도 장세를 인상하려 했지만 극심한 경제난과 주민들의 생활고에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장세를 거둬가는 시장관리원들이 최근 상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장세를 받아가는 관리원들의 자세가 겸손해졌다”며 “벌지도 못하는데 꼬박 꼬박 세를 받아가는 것에 미안해 하는 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