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금지?… “NO! 관리·감독 강화로 재정 확충 노린다”

소식통 "품질 감독 체계 정비·보강으로 생산-판매-유통 전 과정 통제 강화 꾀해"
"식량판매소 설치, 시범 사업 차원...개인 식량 거래 차단 뜻도 아냐"

양강도 혜산 인근 시장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조세수입을 확대하고, 시장의 운영 체계를 내각의 관리·감독하에 두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당국도 대다수 주민의 주 수입원이 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시장의 폐쇄나 축소 및 개인 거래 금지는 정권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1일 복수의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장에서 현재 추진 중인 조치의 핵심 목적은 내각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하는 것이고, 동시에 자율적으로 운영됐던 시장 시스템을 국가의 계획지표 안으로 편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내각 산하의 국가품질감독국과 상업성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품질감독국 관리 대상 확대 및 세분화… “개인 제조 생산품도 통제

먼저 당국은 국가품질감독국의 관할 대상을 국영기업소에서 개인 사업체와 봉사 기관까지 확대함으로써 모든 상업 기관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품질감독국은 국영기업소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만 품질 조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이 만든 수공업 제품까지 품질감독국 하위 기관인 품질감독소가 관리·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일 내각 국가품질감독국이 품질 감독 체계 정비·보강에 나섰다고 전한 바 있다.

신문은 “모든 상업·급양(식당) 봉사(서비스) 기관들이 해당 지역 품질감독 기관의 감독 통제하에서 활동하는 체계를 철저히 세우는 문제도 포함돼 있다”며 “제품의 설계와 생산, 검사와 판매에 걸치는 품질관리의 전 공정에 대한 감독을 드세게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모든 상업 기관과 생산·유통·판매 전 영역에 걸친 통제 강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품질감독 강화는 기관 및 개인 사업자에 대한 통제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업체의 생산 방식과 판매 전략을 국영기업소에 도입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신발, 가발, 가구 등 공산품은 물론이고 변압기 같은 기기도 국영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개인이 만든 상품이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국영기업소에 적용해보겠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품질감독국의 역할 확대는 국영기업 중심의 계획경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이를 발전시키겠다는 당(黨)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장 통제가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거래를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라며 “당은 시장을 중요한 분자로 여기고 있고 시장의 유지 및 관리를 통해 우리식의 사회주의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진행된 노동당 8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국영상업을 발전시키고 급양, 편의봉사의 ‘사회주의 성격’을 살리는 것을 현 시기 매우 간절한 문제로 상정했다”며 “우리 상업이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중요한 과제는 상업봉사활동 전반에서 국가의 주도적 역할, 조절통제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9일 앞서 5일부터 7일까지 이뤄진 8차 당대회 기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내각 상업성 중심의 시장 통제 강화로 재정 확충 의도도

이런 가운데, 당국은 내각 상업성 중심의 통일적 지휘체계를 강화해 시장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국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관리소의 통제 항목을 세분화하고 기존 장세를 다양한 명목으로 확대해 준조세 수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내각 상업성에서 도(道) 상업국, 시(市)·군(郡) 상업과, 각 지역 시장관리소로 이어지는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최근 시장관리소는 세수를 확대하기 위해 평양, 신의주 등 대도시에 위치한 주요 시장에서 화장실 이용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실 사용 비용은 1회에 북한 돈 5원인데, 버스표 등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국가식량판매소, 일부 지역 시범 운영 예정전국화는 미지수

한편, 북한 당국이 신설한 국가식량판매소는 국가의 곡물 수급 및 가격 조정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전 지역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 시범 설치해 실제 효과를 확인한 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식량판매소는 곡물을 국정가격보다는 조금 더 비싸게, 시장가격보다는 싸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의 곡물 거래를 강제 중단할 계획이나 의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쌀을 판매할 경우 자연스럽게 시장에서의 쌀 거래는 위축되겠지만 필요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곡물을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범 시행 조차 쉽지 않다는 관측이 북한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국가가 농민들에게서 곡물을 강제로 징수할 경우 반발이 거셀 것이고, 농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국가 수매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국가식량판매소는 쌀 수매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식량판매소가 모든 쌀을 독점적으로 수급하고 판매하는 일은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