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횡령 혐의 공장 지배인 체포돼…노동자 “식량 준 분”

무산광산 주변 마을 작업 중
▲함경북도 무산광산 주변 마을, 강이 흐르는 곳에는 철광분말을 건져내기 위해 쌓아둔 철광(노란선 안)과 철광분말을 건져낸 버럭(빨간선 안)들이 줄줄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촬영됐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함경북도 무산광산 3.23공장 지배인이 물자 횡령 혐의로 해임·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중순 무산광산 3.23공장 박 모(50대) 지배인이 무산군 안전부에 체포됐다”면서 “그는 수년간 4톤가량의 디젤을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3.23공장은 무산광산에서 광석 채취 전(前) 사용하는 폭약을 생산하는 화약공장이다. 북한 보안 당국은 박 지배인이 폭약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디젤을 팔아 사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 지배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취한 게 아니라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 않으니 디젤을 팔아 공장 노동자들에게 식량 공급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함경북도 무산광산은 지난 2019년부터 식량 배급마저 중단돼 노동자들이 산에 들어가 약초나 산나물을 캐서 시장에 팔아 그 수입으로 먹고 살거나 장사길에 나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은 북한 무산광산 노동자들의 형편이 이 같은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비법행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식통은 “이 지배인은 노동자들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쓴 일군(일꾼) 중의 한 명이다”면서 “실제 노동자들을 위해 일한 간부가 처벌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고 했다.

그는 “또한 일반 공장도 아니고 화약을 만드는 3.23공장은 보위부와 안전부의 철저히 감시·감독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횡령은 이 지배인의 독단적인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어떻게 보면 행정 일군 한 명이 다 뒤집어쓴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