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역 다리’ 봉쇄에 뿔난 주민들, 보안원들과 몸싸움 벌인 사연

[북한 비화] 2018년 붕괴 위험에 예고없이 폐쇄…귀가 못한 주민들 돌까지 던져가며 거세게 항의

강계시, 만포시 건설총계획 검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당, 행정 및 설계기관 관계자들과 강계시와 만포시 건설총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2018년 10월 중순 장자강을 사이에 두고 자강도 강계시 공귀동과 인가리를 잇는 화물역 다리 양쪽 입구에서는 도 보안국(現 안전국) 보안원(現 안전원)들과 주민들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일대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앞서 자강도 당위원회와 도 보안국은 화물역 다리가 붕괴 직전이라는 보고를 받고 긴급히 인원을 투입해 다리 봉쇄를 명했다. 2000년대 초반 한차례 노후화된 화물역 다리 군데군데 난 구멍을 메운 바 있지만, 또다시 구멍이 생기면서 급히 보수공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었다. 실제 당시 화물역 다리는 가운데 구멍이 뚫려 철근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보일 정도였다.

도당과 도 보안국의 명령에 따라 보안원들은 즉각 강계시 공귀동과 물동량 전용 상하차장인 공인화물역 인근 인가리를 잇는 다리의 양쪽 입구를 막아서고 주민들의 통행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다리를 건너지 못한 공귀동과 인가리의 주민들은 서로 반대편 길목에 주저앉아 시위를 벌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건너왔던 다리를 초저녁 귀가 때 갑자기 차단해 버리고 보안원 수십 명이 양쪽 입구를 막고 서있으니 하루 벌이에 지친 주민들은 악이 날 수밖에 없었다.

10월 가을의 초저녁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 양쪽 입구에는 갑작스러운 봉쇄로 귀가하지 못한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악에 받친 이들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다리를 막는 법이 어디 있나”라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집을 두고 걸어서 3시간이 더 걸리는 시내 쪽 다리로 돌아가야만 하는 주민들은 사전 통보도 없이 다리를 막은 것에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은 다리를 지켜선 보안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그중에는 땅바닥에 있던 돌을 집어 보안원들에게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주민들은 “이런 게 당정책이냐” “지금 농촌지원 나갔다 오는 길이다” “젖먹이 애기가 집에서 울고 있다”고 소리치며 다리 봉쇄에 반발했다. 그런 와중에 무작정 강에 들어서는 노인들도 있었는데 빠른 장자강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화물역 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 입구에 몰려든 공귀동, 인가리 주민들은 길을 돌아가기는커녕 밤새워 거세게 항의할 모양새였다. 더욱이 인명피해까지 나면서 현장은 욕하는 소리, 비명소리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자강도 강계시 공귀, 인가리 사이에 둔 화물역 다리
장자강을 사이에 두고 공인화물역 인근 인가리와 공귀동을 잇는 자강도 강계시 화물역 다리(노란색 원). /사진=구글어스 캡처

이에 도 보안국 현장 책임자는 심상치 않은 현장의 분위기를 상부에 보고했다. 결국 도에서는 초저녁부터 다리 양쪽 입구에 모여 있던 주민들을 순간에 통과시킨 후 다시 다리를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폭동이 일어난 듯했던 상황은 이로써 일단락됐으나 이 일로 강에 들어선 주민 4명이 물살에 떠밀려가 사망했고, 보안원에게 항의하며 앞장서서 돌을 던진 주민 6명은 체포돼 6개월 단련대 처벌을 받았다.

이후 화물역 다리는 두 달간 폐쇄됐다. 강을 건너려면 시내 쪽 다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공귀동과 인가리 주민들은 그 두 달 동안 몇 시간씩 되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주민들의 입에서는 ‘강에 줄배라도 놔주면 좀 좋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주민들은 “나라의 발전 면모로 건축을 내세우고 있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현대적 시설물 건설에 드는 비용 몇백분의 일만이라도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다리를 보강하는 데 쓰면 안 되나” “돈 없으면 못 가는 강계스키장 같은 데 자재를 퍼붓지 말고 다리 하나를 새로 놓으면 안 되나”라며 불평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3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강계시의 화물역 다리는 무거운 짐차들이 지날 때마다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태라고 한다. 군데군데 난 구멍을 1년에 한 번씩 땜질해 겨우겨우 다리는 유지되고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려는 주민들은 목숨을 내놓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 위를 지나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