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발열·설사 환자 급증…주민들 “개성서 전염병 올라왔나”

소식통 "병 앓은 노인 30% 사망...보건 당국, 정확한 진단 없이 파라티브스 약만 줬다"

평안북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주민의 체온을 재는 모습(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자강도에 발열과 설사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 보건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 확산 시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월북자로 인해 개성특별시가 봉쇄됐던 시기와 겹치면서 ‘남조선(한국)발 전염병이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자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지난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갑자기 도내 모든 지역에서 열병 독감이 나돌았다”면서 “7월에는 조짐을 보이다가 8월 들어 도(道), 시(市), 군(郡) 병원에 두병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특히 늙은이(노인)들이 많이 사망하고 있다”면서 “병으로 앓는 노인 10명 중 3명은 사망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병이 희천, 송신, 동신 등 앞 지대(내륙) 쪽 방향에서 많이 발생했다”면서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남조선에서 생겨 옮겨 왔다는 전염병이 아니냐는 의심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자가 개성으로 월북했다면서 도시를 완전히 봉쇄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기로 했다. 이 소식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돼 주민들이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강도 주민 중 일부가 전염병의 발원지가 한국에서 온 월북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는 이야기다. 북한 당국이 개성시 봉쇄를 해제하면서도 정작 월북자의 감염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주민들의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이번 전염병으로 인해 감염 취약계층인 노인들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의료체계 붕괴와 열악한 사회 인프라로 인해 방역과 치료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수공장이 몰려 있는 자강도에 원인 모를 병이 확산된다는 소식에 중앙병원 의사 25명이 내려와 왕진을 돌고 지난달 중순 돌아갔다.

그러나 의사들도 정확한 병명을 진단하지 못했고, 중국 글이 잔뜩 쓰여 있는 약만 처방해 주고 갔다고 한다. 진단과 처방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기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의사들이 준 처방 약은 파라티브스와 열병 독감 치료제였다”면서 “중강, 자성, 위원군 국경지구에 파라티브스(파라티푸스)가 유행하고 있어 의사들이 비슷한 병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복용은 부작용이나 약에 대한 내성만 높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체계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김정은이 2018년 4월 평양 조·중 친선병원을 찾아 중국인 교통사고 부상자를 위로하는 과정에 녹이 심한 병원 침대가 눈에 띈다. /사진=연합

북한은 1960년부터 전 국민 무상치료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경제난으로 무상치료제는 사실상 붕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병원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병원을 불신하고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약품을 사거나 사적 의료 행위를 통해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그마저도 처방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시장에서라도 약을 사려고 돌아다닌다”면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약을 구하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비가 억수로 오는 날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땅에 묻으며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며 “자신들의 처지 한탄하면서 우는 집들이 많다”고 주변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사회주의 무상치료제라는 나라에서 약이 없어 사람이 죽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 있다”면서 “모두 가슴 아파하면서도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강도는 최근에도 파라티푸스가 발생해 북한 당국이 비상이 걸린 바 있다.

본지는 지난 5월 내부 소식통을 통해 자강도 위원군에서 파라티푸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이 비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당시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로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 파라티푸스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자강도서 발열·설사 환자에 화들짝방역 당국, 시장 한때 폐쇄)

파라티푸스는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이다.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은 병원체에 오염된 물 또는 음식을 섭취해 감염된다.

이에 북한의 열악한 상하수도 시설과 좋지 않은 위생환경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