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신설한 국가식량판매소가 지난달부터 전국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쌀과 옥수수 등 곡물 이외에 가공식품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가가 가공식품을 일괄적으로 수급해 판매할 만큼 공급량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국가식량판매소에서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식품은 쌀과 강냉이(옥수수)이지만 일부 판매소에서는 사탕가루(설탕), 맛내기(조미료), 밀가루, 기름(식용유) 등을 팔기도 한다”며 “그러나 그 양이 너무 적어 간혹 물건이 있을 때만 잠깐씩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설탕, 조미료 등 가공식품들은 전국의 국가식량판매소에서 정식으로 판매되는 품목이 아니라 일부 판매소가 목표 판매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내놓는 일시적인 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각 지역에 설치된 국가식량판매소는 인민위원회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도 인민위원장 주최로 한 달간 판매량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조사하는 등 판매소에 대한 총화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국가식량판매소의 매월 실적이 당(黨)에 보고되기 때문에 목표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각 판매소의 재량으로 곡물 이외의 식료품도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 국가식량판매소는 각 지역의 말단 행정단위인 동(洞)에도 확대 설치돼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성후동, 혜강동, 혜산동 등에, 함경북도 회령시에는 남문동, 유선 1·2동 등에 생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 당국은 국가식량판매소 개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은 국가식량판매소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면 상업과 경제 부문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북한 당국은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국가가 식량 공급과 가격 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는 중간급 간부들은 여전히 국가가 대량의 곡물을 수급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국가식량판매소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의 한 농민은 “평생토록 허리가 휘도록 농사만 지어도 쌀밥 한번 먹기 힘들다”며 “돈 없는 농민들에게 눅은(싼) 가격으로 식량을 국가에 수매하라고 강요하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해 농사지어 돈을 벌면 그 돈으로 다음 해 농사지을 농약이나 자재를 준비하는데 돈을 적게 벌면 다음 해 농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껏 국가식량판매소를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많아 일반 주민들도 그 영향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국가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쌀이나 옥수수 양은 매우 적다”며 “그나마 확보한 식량도 영예 군인이나 제대 군관, 후방 가족 등에만 조금 싸게 곡물을 판매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국가식량판매소의 영향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