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종전선언 및 개성공단 재개 촉구의 속내

공동선언문 서명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이하여 종전선언과 개성공단 재개 촉구가 다시금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북미, 남북 간의 교착상태에 대한 돌파구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북미 핵문제의 중재자가 아닌 한반도 평화문제의 주체자, 당사자로의 역할 전환을 주문했다. 동시에 비핵화 우선론은 실패한 정책이라고까지 비판의 강도를 높이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정상화 선언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이런 류의 주장들에 대해 판문점 선언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하며 이미 논박을 했었다.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저들의 속내, 진의가 무엇인지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문 정부를 향해 핵문제의 중재자가 아닌 주체자-당사자가 되라고 종용하고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문 정부야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 아닌가. 미국은 차지하고라도 북한마저 단지 대미전략을 위한 지렛대로 정도로만 볼 뿐이지 그 이상은 없다. 조금 심기를 건드렸다 싶으면, 아주 거친 쌍욕으로 모멸감을 주는 것이 다반사가 아닌가. 북한이 얕잡아 본 지 오래고 호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2020.6.16.)할 때도 말로만 유감표명하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유야무야해 버렸다. 남북관계역사 중 가장 굴종적 장면이다.

그런데 6개월도 채 못 되어 문 정부는 이 기록마저 쉽게 갈아 치웠다. 국회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2020.12.14.)을 가결시킨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하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북한의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 비판 성명(2020.6.4.)을 낸 지 하루 만에 이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매사에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니 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라는 막말도 거침없이 내뱉는 저들 아닌가. 자신들(김정은 정권)의 입맛대로 마음껏 요리할 수 있으니 꼭두각시, 대변인 정도로만 취급할 뿐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당장 북한의 김여정은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난을 퍼 부었다.

미국의 입장도 한 번 보자.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21일에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텨뷰에서 미북대화를 촉구한 것에 대해 자국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하며 단계적-점진적 비핵화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이 주도하겠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때 보여준 문 대통령의 태도는 중재자라기보다 주체자로서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신행정부가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비핵화 우선정책’을 표방했음에도 저런 식의 주문은 중재자의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문 정부를 향해 주체자-당사자가 되라고 종용하는 것과 상관없이 이미 문대통령은 중재자에서 주체자로 변신한 듯 보인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과연, 문 정부가 그들의 요구에 미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견하지 못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저런 액션을 취하는 것인가. 미국과의 갈등 양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려는 꼼수다. 남북 간의 평화 다지기에 미국이 걸림돌이 된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기 위한 술책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세우는 비핵화 우선론은 북한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구태라고 광고하기 위한 전략이다.

북한에 비굴할 정도로 굴종적인 문 정부는 미국과는 보조를 맞추는 것보다 미국 때리기를 선택했다. 문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이들의 본심도 미국과의 대립구도, 더 나아가 결별을 종용하는 것이다.

만일, 종전선언과 더불어 평화협정체결 이행단계에 들어가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이 재개 된다면 최대 수혜자가 누구겠는가. 누가 뭐래도 북한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것들이 현실화되기 전과 그 과정 속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핵동결(핵보유)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또한, 휴전선의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및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도 실행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 이것은 안보의 구멍 정도가 아니라 안보의 둑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현재 북한의 김정은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북한에 보조를 맞추며 이 시나리오를 평화라는 이름으로 각색하여 무대에 올리려고 애쓰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주적은 미국이다. 문 정부를 향해 주체자-당사자가 되라는 것은 북한 편에서 함께 대놓고 싸우라는 주문이다. 앞서 기술한대로, 문 정부도 이미 이런 패턴으로 가고 있다.

필자가 볼 때, 현실적으로 개성공단 재개의 실현 가능성은 공단 내에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이다. 기술 및 인력이 동원되면 더할 나위 없다. 금강산관광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돌발변수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국민 보호 및 국가재산 보호 차원에서는 가장 히든카드이다.

하지만 저들은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적인 공단 재가동만 외쳐댄다. 생각이 못 미쳐서가 아니다. 아예 그런 생각을 차단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개성공단 재개인지, 누구를 위한 금강산관광 정상화인지가 너무나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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