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투입 군인들 식량 사정 악화…민가 습격 우려에 불안감 고조

소식통 "폭풍군단·7군단 식량 줄고 반찬 거덜나…군인들 사상적 타락 막으려는 움직임도"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에 설치된 북한 초소.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봉쇄 작전 수행을 위해 국경 지역에 투입된 북한 군인들의 식량 사정이 봄철 들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배고픈 군인들이 민가를 습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강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국경에 투입된 폭풍군단과 7군단 군인들에 대한 식량이 3월까지는 그런대로 보장됐지만, 동기훈련이 끝나고 봄철이 오면서 4월부터는 점점 양이 줄어들고 반찬도 거덜 나기 시작했다”며 “인민들은 이러다 군대가 잠잘 때 집을 치고 들어와 사람을 죽이고 훔쳐먹고 훔쳐 가는 도적단이 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방역 강화를 위해 비교적 사상 무장이 잘 돼 있는 내륙의 군부대를 전 국경에 투입했다. 실제 이들은 압록강, 두만강을 따라 설치된 잠복호와 감시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며 주민들의 밀수와 탈북 등 불법 행위들을 감시하고 단속해왔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륙의 군부대를 국경에 투입한 만큼 식량을 보장해왔지만, 현지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물자 수송에도 조금씩 차질이 빚어지면서 파견 군인들의 식사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폭풍군단 지휘부는 덕천, 7군단 지휘부는 함흥이라 수송이 먼 데다 국경 임시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휘부도 지친 듯하다”며 “그래서인지 지금 철수한다, 만다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철수에 관한 지시는 내려진 게 없지만 하기훈련 전이나 장벽·고압선 설치 공사가 80%가량 진척됐을 때 등 시기를 달리해서 국경연선 전 지역에 철수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경에 투입된 군인들의 사상 해이 동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국경 파견 부대 정치부와 보위부에서 3월부터 갑자기 분대별, 개인별로 서로의 동향을 빠짐없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려 군인들이 가벼운 농담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언행을 기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것은 국경이 처음인 군인들의 사상적 부패 타락을 막으려고 하는 작업이나 같다”면서 “군인들은 이미 우리나라 국경 정세를 보고 듣고 느꼈는데 어떻게 원점으로 돌려놓겠냐고 하면서도 서로 입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경 지역에는 장벽과 고압선을 설치하는 건설 병력까지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강도 국경 지역에서 장벽, 고압선 설치 작업에 나서고 있는 건설부대 군인들에게는 하루 600g 강냉이밥(옥수수밥)과 염장배춧국, 염장무 반찬 등 정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앞으로 한두 달이 지나면 이들에게 공급되는 식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공급이 부족해지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집을 털어 닭, 토끼, 개와 같은 집짐승 초토화에 나서고 가을에는 강냉이, 콩, 고추, 배추, 무까지 죄다 털어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경에서는 기본 생업이 밀수인데 지금 이를 못 하게 하려고 군대가 들어온 것이니 당연히 인민들은 군대를 아니꼬워한다”며 “밀수를 못 하면 산이라도 일궈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마저 굶주린 이리떼(군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눈을 데룩거리며 노리니 희망이 없다고 한숨 소리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