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산시 집단 ‘고열 증세’ 대학생들에 ‘급성폐렴’ 진단

"격리자·사망자 계속 늘어나는데 코로나 없다고?" 주민들도 당국 발표에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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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중구역에서 손 소독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체온 재기와 손 소독, 건물과 마당에 대한 소독사업이 방역학적 요구에 맞게 정확하게 집계되고 있다”며 전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고열과 호흡곤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사 증상을 보이는 대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급성폐렴’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에서는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5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경 강원도 원산시 수산동에 위치한 원산수산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고열 증상을 보여 격리됐다.

이튿날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가 대학으로 파견됐으며 학생들의 검체를 채취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학생 여러 명이 동시에 고열과 호흡곤란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보이자 학교 전체를 완전히 폐쇄했다.

하지만 며칠 뒤 중앙 보건기관에서 내려온 관계자들은 “검사 결과 고열 증상을 보인 학생들은 코로나19가 아니라 급성페염(폐렴)으로 확인됐다”며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와 관련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며 더욱이 최근 수산대학에서 일어난 일 자체에 대해서도 함구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이 ‘소문 확산’에 관한 차단에 나서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급성페염이 어떻게 집단으로 갑자기 발생하냐, 그건 전염병은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를 급성페염으로 진단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며 “분명 격리자가 늘어나고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라에선 전염병이 없다고만 하니 (당국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하는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는 주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확진자는 단 한 명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평양 소식통은 “국제 보건기구 관련자들이 평양에 들어와 있어도 실제 코로나 검사 과정에 개입해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위(당국)에서 보고하는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 받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나 격리자 수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허위 보고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WHO는 지난달 22일까지 북한에서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격리된 누적 인원이 3만 2011명이라고 밝혔지만 본지가 취재한 북한 당국이 내부용으로 집계한 격리자 수는 민간인만 8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내부 집계 결과코로나 의심 누적 격리자 최소 8만명)

한편, 소식통은 “(보건 당국은) 전염병이 아니라면서도 수산대학 봉쇄는 아직 풀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