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북한 내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격리된 사람들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일 기준으로 국가 지정 시설 누적 격리 인원이 총 8만 1000명이라고 집계했다. 이 같은 수치에는 군(軍) 내부 격리자 수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격리된 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각 도당위원회가 지역 내 격리시설을 총괄토록 하고 있으며, 실제 관리와 지원은 도당위원회 산하 지역 비상방역위원회가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도 내 격리시설 외에도 전국 10개 시설을 지정해 중증 환자를 별도로 격리해 관리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지역별 격리자와 누적 사망자 수가 몇 명인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부 국가격리시설 두 곳 중 한 곳인 평안남도 안주 소재 사회안전성 휴양소에 격리돼 있다 사망한 사람만 3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수치는 북한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코로나 현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WHO의 ‘코로나19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북한 내 누적 격리자 수는 3만 2011명이었다.
북한 당국이 자체 집계한 누적 격리자 수와 비교할 때 약 5만 명이 축소된 수치다. 또 WHO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이 1만 명을 넘겼지만, 확진자는 여전히 없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헨릭 살예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전세계 5%에 해당하는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국가별로는 한국의 코로나 감염률이 0.06%으로 가장 낮았다’고 밝혔는데, 북한은 한국보다 감염률이 낮은 셈이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0’이라는 주장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라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굳이 사람들을 격리시킬 필요도 없고, 열이 나서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격리시설에 있던 환자 중 사망한 사람들의 사인(死因)을 파라티푸스나 급성 장염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의료진들은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다만 당국은 의료진에게 코로나19와 관련된 발언을 철저히 삼가도록 경고하고 있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몸소 전세계 앞에서 우리나라에는 코로나가 없다고 밝혔는데 일개 의사나 간부들이 함부로 코로나를 언급할 수 있겠나”라면서 “그랬다간 짧은 혀로 긴 목이 달아나게 될 것”이라고 현지의 긴장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제서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히는 건 영도자의 영상(이미지)이 흐려지는 것이고 당의 의학적 방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앞으로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음을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당창건 기념일 열병식 연설에서 “세상을 무섭게 휩쓰는 몹쓸 전염병으로부터 이 나라 모든 이를 끝끝내 지켜냈다는 사실에 감격의 기쁨으로 눈앞이 흐려지고 모두가 건강한 모습을 뵈니 고맙다”며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