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만포시 ‘봉쇄령’…국가밀수로 들여온 물품에 코로나가?

中서 들어온 식품·의약품 만진 주민 12명 사망…주민들 "진짜 비루스 들어왔나 보다"

자강도 만포시의 한 공장. 큼지막하게 붙은 선전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교수 제공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자강도 만포시에 봉쇄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만포시를 봉쇄한다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준방침이 26일 오전 6시 중앙당과 중앙방역위원회, 국가보위성을 통해 자강도당과 만포시당 등 산하 단위들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만포시의 전염병(코로나19) 예방 차원이라고 봉쇄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현재 시내에는 얼마 전 중국에서 들어온 물품을 만진 10여 명의 주민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다 며칠새 모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쫙 퍼진 상태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만포 시 병원에서는 지난 24일을 전후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12명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병원은 곧바로 중앙방역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본 중앙방역위원회가 김 위원장에게 이를 보고하면서 결국 26일에 봉쇄령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앞서 사망 원인을 찾으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관련 조사가 진행됐는데, 그 과정에서 이 12명이 국가밀수로 중국에서 들여온 식품 또는 의약품을 섭취했거나 이를 판매하는 장사꾼들과 접촉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 10월 중순 이뤄진 밀수에서 식품, 의약품, 식량, 기계 부속품 등이 꼰떼나(컨테이너) 4대로 들어왔는데 보름 정도 격리해야 하는 방역 규정대로 하지 않고 들어온 지 며칠 만에 물건을 풀었다”며 “식량과 기계 부속품은 일반 주민들에게 나간 것이 없고, 식품과 의약품만 시중에 풀렸는데 그것을 만진 사람들이 이번에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50대 이상으로, 그중에는 천식과 결핵을 앓던 이들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즉각 화장한 후 두꺼운 재질의 종이봉투에 뼛가루를 담아 유족들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면회 금지로 얼굴도 보지 못하다가 하루아침에 뼛가루만 전달받은 유족들은 당국의 조치에 황당해하며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만포시 봉쇄 당일 시내 건물, 기관에 대한 전체적인 소독 작업에 나섰으며, 현재 연선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 국가밀수에 관여했던 무역업자와 세관 일꾼들을 모두 검진해서 이상증세가 있으면 일단 의진자로 분류해 자가격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금 중앙방역위원회의 긴급방역대 30여 명이 만포시에 내려와 있는 상태고 일주일간 시장 문을 닫는다는 포치도 내려졌다”며 “그래서 사람들은 ‘진짜 비루스(바이러스)가 들어왔나 보다’ ‘이제는 국제사회에 솔직히 말하고 차라리 도움을 받아 악성 전염병 주사약을 들여오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수군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지 주민들은 코로나19 유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앞서 자강도에 한차례 봉쇄령이 내려진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만포시가 봉쇄되면서 주민들은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당국의 말을 더욱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으로 도망쳤던 비법월경자가 들어온 사건으로 삼지연과 혜산이 봉쇄됐을 때 자강도는 도 전체가 봉쇄됐었다”며 “그때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양강도에서 비루스가 들어올까봐 봉쇄한 것인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물건 때문에 문제가 생긴 만포시만 따로 봉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에 살던 북한 주민이 강을 건너 넘어오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양강도 삼지연과 혜산을 전면 봉쇄한다는 지시문이 8월 말 내려졌으며, 9월 중순을 기점으로 봉쇄가 해제됐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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