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돌연 “中화교 애로사항, 당이 책임지고 해결하라”

외세의 의존, 망국의 길이라더니 '위법행위 용서'도 강조...소식통 "中에 잘 보이겠다는 뜻"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해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대중(對中) 외교 강화 목적으로 각 도(道) 당위원회에 “화교(華僑, 북한에서 사는 중국인)들의 애로 조건을 당(黨)이 책임지고 전적으로 풀어주라”는 내용의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침’을 하달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원(평안남도 회창군)을 참배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이른바 ‘북중 혈맹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중국 측에 연일 보내면서 향후 다방면의 교류·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이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대북 제재 등 3중고에 허덕이는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뜻도 읽혀진다. 아울러 미국 대선 전(前) 중국 편들기에 나서면서 몸값을 올리겠다는 복안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24일 토요방침 포치 시간에 이 같은 1호 방침 내용이 알려졌다. 당국은 ‘조중(북중)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이웃이며 피로써 맺어진 형제국가’라고 강조하면서 화교들의 애로 사항을 책임지고 해소해주라고 했다.

소식통은 “방침에 화교들은 ‘조중 두 나라 사이 우의를 계승하고 전통적으로 빛내나가는 데 중요한 ‘보배들’’ 이라고 했다”면서 “이에 그들(화교)의 사업 규정을 최대한 완화해주고 생활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도당은 개별 간부 방문 일정과 면담 및 향후 계획 등이 포함된 집행현황 보고서를 내달 10일까지 중앙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북한에서 거주하는 화교는 약 3000명으로, 평양과 신의주(평안북도), 청진(함경북도) 등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도당에서 포치 받은 1호 방침에서 ‘조선을 여행하는 화교들은 모두 우리(북한) 인민생활과 경제발전,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적극적인 헌신과 노력을 하는 공로자’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여행’은 북한에서 단순히 관광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왕래(往來)의 의미까지 포함한 용어다.

이에 북한이 관광 외화 유치와 합작 및 교역에서 화교들이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하면서 향후 ‘국제열차 운행→북중 무역 재개’ 과정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중, 국제열차 운행 재개 합의평양·금강산만 관광 허용)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 / 사진=데일리NK

심지어 북한 당국은 경제적 문제만이 아닌 정치적 문제에까지 혜택 제공을 약속하는 ‘파격’을 선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동안 북한은 화교들이 외국 동영상 유포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심한 경우 간첩죄를 적용하기도 했었다.

이번 방침으로 ‘위법행위를 한 화교들에 관대한 용서를 해주어 한다’ ‘그들이 조중 혈맹을 대표하고 선전하는 참인간들로 살며 일하도록 당에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구체적 내용도 첨부돼 사법기관 당 조직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다만 화교에 대한 일방적 혜택 제공은 일반 주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등 후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화교 기 살리기로 전통적인 조중 우호 협력 관계를 내세워 현재 어려운 국가적 난제를 타개해 보려는 것은 리해(이해)되지만, 왜 우리의 살길은 찾아주지 않느냐”고 당국의 정책에 허탈해하는 주민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굶어 죽는 자기 인민들보단 어려움 없이 사는 화교들의 ‘애로’를 풀어주는 게 말이 되냐” “화교로 태어나지 못한 게 원망스럽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소식통은 예상했다.

또한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간부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사회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안전원과 보위원 속에서도 화교 범죄 백지화는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그 속에 간첩이 있을지 누가 알겠냐”고 수군대고 있다는 것.

또한 일부 간부들은 “외세의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고 주구장창 강연하던 당이 직접 이를 뒤엎는 방침을 내세운 것” “남조선의 친미는 괴뢰 역적이고 중국은 외세가 아니고 조상인가”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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