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읽기] 또 꺼내든 ‘계획·전투’와 주민들의 ‘자유 상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5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는 첫째 의정으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6일 보도했다.

또 회의에서는 “80일 전투의 기본목적과 전투 기간 견지할 주요 원칙, 이 기간에 수행하여야 할 부문별 목표들을 제시했으며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들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계획과 전투, 또 전투에 이어 정면 돌파전의 연속이다. 변화하지 않고 구태(舊態)한 전투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까?

북한에 살면서 ‘70일 전투’ ‘100일 전투’ ‘200일 전투’를 경험한 저자의 경험으로 평가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맨손으로 무엇이라도 만들어 성과를 내야 하는 북한 주민들과 현지 관료들의 엄청난 고생이 따를 것이다.

북한이 오늘의 난관에서 벗어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투나 계획만으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그리고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외부의 충격이나, 내부의 반전이 있어야 한다. 전투나 계획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장기적인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태풍 피해까지 겹치는 삼중고 속에서 내년 당 8차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도 쉽지 않자 초고속 성과를 내기 위해 ’80일 전투’라는 노력 동원 운동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후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어려운 상황에서 전투계획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권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력의 통제 속에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무소불위의 독재가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은 이미 ‘인간적 자유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오늘날 북한에서 국가나 사회단체, 기업 등 모든 종류의 공동체나 조직은 성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더 필요한 것은 변화이다. 그리고 변화는 자율성이 보장된, 균형이 잡힌, 그리고 합리적 진실이 존재하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권위주의적 계획에 기초한 ‘전투’보다 행동의 자유로운 삶의 보장을 위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