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의 ‘두 얼굴’

왼쪽부터 북한 전자결재 앱 ‘나래’ 내 외화 시세 안내, ‘새별전자지갑’ 내 결제 가능한 요금 종류, ‘삼흥전자지갑’ 첫 화면.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평성, 신의주, 남포 등 주요 도시와 젊은 세대에서 현금 대신 전자결제를 사용하는 모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삼흥전자지갑’을 비롯해 ‘전성’, ‘나래’, ‘앞날’, ‘새별’, ‘흰눈’, ‘만물상’ 등 다양한 전자결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북한의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가입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 건수는 약 635만 건, 모바일 광대역 가입 건수는 약 579만 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를 곧바로 전체 주민의 스마트폰 보유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자결제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소액을 송금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상점과 노점에서 QR코드로 상품값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택시·버스·평양 지하철 등 교통비 지불, 식당 예약, 전화·전기요금 납부, 양곡구매권 이용, 체육복권 구입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촬영 영상에서도 백화점뿐 아니라 길거리 매대와 채소 판매점 등에 여러 종류의 전자지갑 QR코드가 설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데일리NK도 지난해 4월 ‘북한 스마트폰 통한 외화원 전자결제 확대…무현금 거래 ↑’라는 기사에서 이런 변화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당시 북한 내부 소식통은 개인이 운영하는 장마당 매대와 상점에서도 바코드와 QR코드를 이용한 외화원 결제가 늘고 있으며, 일부 대도시와 도 소재지에서는 전자결제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신규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 현금이나 외화를 지정 장소에서 전자지갑에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전자결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21년 10월 ‘전자결제법’을 제정했고 2023년 이를 다시 수정·보충했다. 법에는 ‘현금 유통량을 줄이고 무현금 유통량을 늘려 화폐 유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목적이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왜 전자결제 확대에 적극적일까.

첫째, 주민들이 보유한 현금, 특히 외화를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 원화와 국가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를 현금 형태로 보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나 전자지갑을 사용하려면 현금을 일정한 충전소나 금융기관에 맡기고 이를 전자화폐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로 ‘삼흥전자지갑’에 현금을 충전할 수 있는 장소는 2022년 말 약 200곳에서 2025년 초 700곳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화를 전자지갑에 충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시장과 가계에 머물러 있던 외화를 국가가 보다 쉽게 흡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둘째, 시장의 자금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금 거래는 국가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지만 전자결제는 거래 시점과 금액, 결제 대상 등의 기록이 남는다. 이를 활용하면 상품 가격과 거래 규모를 파악하고 세금이나 각종 국가 납부금을 관리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진다. 물론 이것을 곧바로 모든 주민의 거래를 국가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전자결제가 확대될수록 당국이 개인의 경제활동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셋째, 내부 경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물자 부족을 겪는 북한으로서는 현금 발행과 유통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전자결제를 통해 국가 상업망과 금융체계를 효율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실제 북한 전자결제법이 처음부터 ‘현금 유통량을 줄이고 무현금 유통량을 늘이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명시한 것도 이런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디지털화는 정보 통제 시스템과 결합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지만 일반 주민이 자유롭게 글로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국가가 허용한 이동통신망과 인트라넷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북한 스마트폰에는 당국의 디지털 서명을 받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의 실행을 차단하는 보안 체계가 적용돼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각종 디지털 서비스 확대가 곧바로 정보 접근의 자유 확대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전자결제와 같은 기술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도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 때문에 전자결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가 거래 기록을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전자지갑에 많은 돈을 넣지 않으려 한다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다. 전자결제 데이터가 주민 편의를 넘어 개인의 소비·거래 내역과 활동을 과도하게 추적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디지털 경제와 금융 현대화를 추진하려 한다면 기술 개발만큼이나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제를 만드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주민의 전자결제 기록을 임의로 열람하거나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도 함께 확립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의 발전은 결국 주민들의 삶을 더 편리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의 전자결제 확대도 경제 현대화의 상징으로 남을지, 아니면 주민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통제로 이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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