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잣돈 못 갚아 가재도구 빼앗기고 살던 집까지 파는 주민들

물가 상승으로 장사 밑돈 액수도 늘어 월 15~20% 고리대로 돈 빌렸다가 원리금 못 갚아 허덕여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공산품. 중국산 세탁비누와 철수세미 등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장사 밑천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가재도구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집까지 파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평성시에서 빚에 시달리다 재산을 빼앗기거나 집 일부를 동거로 내놓는 주민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장사 밑천으로 이잣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한 경우”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물가 상승으로 장사에 필요한 밑돈 액수가 크게 늘었다. 이에 자금이 부족한 주민들이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이잣돈을 빌려 밑돈을 마련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통상 월 15~20%의 이율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돈을 빌린다고 한다. 월 15%의 이율을 적용할 경우 북한 돈 100만 원을 빌리면 한 달 이자만 15만 원에 달한다. 3개월 뒤에는 이자만 45만 원이 붙어 원금과 합쳐 총 145만 원을 갚아야 한다.

실제로 평성시의 50대 주민 A씨는 북한 돈 200만 원을 월 15%의 이율로 6개월간 빌렸다. 원금은 가까스로 갚았지만, 이자 180만 원을 갚지 못해 결국 채권자가 그의 집에 있던 태양광판과 축전지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환산해 가져갔다.

소식통은 “A씨는 빌린 돈으로 도매상에게서 물건을 사서 군 농촌 지역에 먼저 보낸 뒤 다음 물건을 보낼 때 이전에 보낸 물건값을 받아서 빚을 갚는 방식으로 장사했다”며 “그러나 물건이 빨리 팔리지 않은 데다 대금 회수까지 지연돼 자금이 계속 묶이면서 결국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평성시 주민 B씨는 월 15%의 이율로 500달러를 빌려 장사 밑천을 마련했다. 그는 양강도에서 수입산 신발을 받아 판매했는데, 올해 장마철을 앞두고 들여온 장화가 예상만큼 팔리지 않아 상당량이 재고로 남으면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게 됐다.

결국 B씨는 자신이 살던 집의 웃방을 동거인에게 내주고 받은 돈으로 빚을 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장화는 내년 장마철이 돼야 다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 자금이 꼼짝없이 재고에 묶이게 된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빌린 사람의 사정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돈 받을 때가 되면 집에 눌러앉아 ‘사람 껍데기를 벗길 정도’로 달구기 때문에 어떻게든 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경북도에서는 이잣돈을 갚지 못해 살던 집을 아예 처분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는 빚단련을 받던 일부 주민들이 끝내 돈을 갚지 못해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들에게 집을 빼앗기는 사례가 나타났다”며 “이들은 빙두(필로폰)나 금 밀매처럼 위험이 큰 장사를 하다가 단속에 걸려 손실을 본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중순 회령시의 40대 주민 C씨는 함흥시에서 빙두를 사들여 운반하던 중 단속에 걸렸다. C씨 본인은 돈과 인맥을 동원해 가까스로 풀려났지만, 사들인 물건은 전량 몰수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린 이잣돈까지 모두 장사 밑천으로 넣었던 그는 수만 위안의 빚을 떠안게 됐고, 결국 지난달 말 빚을 갚기위해 집을 처분해 현재는 다른 사람의 집에 동거로 들어가 생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자기 돈만 잃었다면 손해를 보고 끝낼 수도 있지만, 빚을 내서 장사했기 때문에 일이 더 복잡했다”며 “갚지 않았다가는 빌려준 사람이 빙두 장사를 했다는 사실을 들먹일 테고, 그렇게 되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 결국 집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좀 더 많은 돈을 벌겠다고 고리대까지 써가며 위험한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하루아침에 집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럼에도 성공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돈을 빌려 이런 장사에 손을 대는 주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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