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류 차단 강화…”정보 및 영상물은 지속 확산”

[데일리NK 연말 기획⑤] 北 주민 자유로운 南사회 동경...단속원도 한류 푹 빠져

데일리NK가 내부 소식통을 종합해 파악한 결과, 2018년 북한에선 외부 미디어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영화나 노래 같은 한국 문화가 주민들 사이에 상당히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를 단속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기기의 발달과 만연한 단속원들의 부정부패로 외부 미디어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2018년 북한에서 있었던 외부 미디어 관련 뉴스를 정리해 봤다.

2018년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미디어 기기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디어기기는 단연 손전화(휴대전화)였다.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게 외부 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북한 당국은 지속적으로 ‘전자서명’ 등 보안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다음으로는 예전부터 인기를 끌었던 노트텔과 메모리, 또한 MP3나 MP4도 여전히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같은 기기들은 젊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기사: 北 시장서 미디어기기 구매 열풍 여전…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북한 스마트폰 ‘평양’ 제품 케이스. /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방탄소년단, 아이즈원 커버댄스 학원이?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아이돌 가수의 춤을 가르쳐 주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1월 “예능 프로들을 보면서 춤이나 노래를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그것에 맞게 춤을 가르치는 선생(댄서)과 학원 같은 것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북한 젊은층, 학원서 K-pop 커버댄스 배운다)

방탄소년단(위), 아이즈원(아래) / 사진 = 연합뉴스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영상이 DVD 알판(CD)으로 제작돼 판매

북한 일부 지역에서 지난 4월 이뤄진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영상이 DVD 알판(CD)으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월 내부 소식통은 “백지영 노래가 아주 대단히 인기가 많고, 또 해설하던 키 큰 아이(서현)가 인기가 엄청 많다”며 “(서현이) 예쁘고, 키 크고, 말도 아련하고 조용조용하게 하고, 여성다운 풍모가 있어서 남조선 여자가 우리보다 더 멋있고 인물이 더 낫다고 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북한 청진서 南예술단 평양공연 DVD로 제작·판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출연자들과 기념촬영 했다고 2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나는 자연인이다’ 인기, 북한 주민들 “사는 모습 비슷해”

평안남도 소식통은 10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가 담긴 메모리(USB나 SD카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연에서 사는 모습이 우리(북한)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따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예능 프로그램은 고상해 보이는 연예인들이 망가지는 모습과 마치 실생활을 보는 듯한 현실감으로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南예능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北주민 사이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MBN). /사진=방송 홈페이지 캡처

2018년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이 활발해지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평화의 훈풍이 북한 당국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북한 당국은 대외 분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사상적 이완을 막고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국가보위성 12국 15국(무선반탐국)으로 명칭이 바뀌 외부 정보 단속

2018년 북한 당국이 국경 지역에서 정보의 유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보위성(우리의 국정원에 해당) 12국(휴대전화 전파 감시국)을 15국(무선반탐국)으로 바꾸고 역할을 강화시켰다. 15국은 각 도(道) 보위부와는 횡적 연계만 하고 중앙 국가보위성에 직접적 지시를 받으며 활동하는 조직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무선 통신 기기를 통한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북한 당국이 내부정보 유출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북한, 주민과의 정보戰 본격화?… “통신 감시 조직 강화”)

북중 국경지대 근처 북한 감시 초소.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노동신문 “반동사상 침투 각성해야”, “자본주의 날라리풍 단속하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에 각성을 높여야 한다’는 기사를 통해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모기장을 이중 삼중으로 든든히 치고 제국주의 사상문화를 단호히 배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 北 매체 “반동사상 침투 각성해야”…한류 동요 주민 ‘다잡기’?)

신문은 10월에도 ‘자본주의의 반인민성을 절대로 감출 수 없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과 부르주아 변호론자들은 자본주의사회가 ‘자유롭고 민주주의적인 사회’,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 ‘복지사회’라고 떠들어대고 있다”며 “그러나 그 모든 타령은 자본주의사회의 반동성과 부패성을 가리기 위한 기만선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자본주의는 썩어빠진 사회”…내부 사상단속 고삐 죄는 北)

이는 남북·북미 간 긴장완화 추세에서 자본주의 사상의 침투를 경계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8년 북한 노동신문은 ‘자본주의적 사상문화 차단’이라는 주제로 총 7차례 이상 보도했다.

로동신문은 2018년 사상문화 침투를 경계하는 글을 총 7차례 이상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 = 노동신문 캡처

비사그루빠 “비사회주의 현상 적발시 엄벌에 처하겠다” 엄포

지난 3월 함경북도 소식통은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조직돼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하고, 이와 관련해 북한 전역에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적발할 시 엄벌에 처한다’는 포고문이 붙는 등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기사 : “비사회주의 그루빠, 北 전역서 자본주의풍 대대적 단속”)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북한 규찰대가 길 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2018년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통제하고 외부 미디어를 통제하려고 하지만 이미 부정부패 속에 단속반은 오히려 뒤를 봐주겠다고 하며 외부 정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내 메모리에 한국영화 넣어달라. 걸리지 않게 해주겠다”

양강도 소식통은 보위원이 대뜸 찾아와 “날 믿어달라. 걸리지 않게 해주겠다”면서 자기 메모리(USB나 SD카드)에 한국 영화를 넣어 달라고 은밀히 요구해 왔다”고 지난 6일 말했다. 이에 ‘함정’이라고 판단하고 펄쩍 뛰자 이 보위원은 “나 같은 사람한테 줘야 안 걸리지. 밑에 것들(하급 간부)한테 주면 걸리잖니”하면서 넣어달라고 재차 부탁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관련기사 : 한류 즐기는 북한 단속원들… “내 메모리에 좀 넣어달라”)

국민통일방송이 제작한 북한에 보내는 USB, 한류 콘텐츠와 북한인권 관련 영상이 담겨 있다. / 사진=데일리NK

“(조선중앙TV)뭐 이런걸 보나? 한국거 수준 높은데 그거나 보자”

평양 소식통은 지난 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평양시 모 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조선중앙TV 보도를 보고 있었는데 이때 담당 보위원이 집에 들이닥쳤다”며 “보위원은 ‘아 뭐 이런 것 보나’ 핀잔을 주며 ‘한국 거 수준 높은데, 그거나 보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https://www.dailynk.com/한류-즐기는-북한-단속원들-내-메모리에-좀-넣어달/)

조선중앙TV 리춘희 아나운서 보도 화면. /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부정부패로 인해 단속이 약해지는 모습도 일부 보였지만 북한 사회에서 외부 미디어를 접하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그리고 2018년에도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처벌해 본보기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사상적 이완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남조선(한국) 영화를 보다가 중학생 7명이 잡혀…소년교양소에 송치하기도”

7월 북한 양강도에서 한국 영상물을 보던 중학생 7명이 검열에 걸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의 조사는 두 달여가 지났음에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붙잡힌 학생들의 부모들도 함께 취조를 받고 있으며 보위부는 2중, 3중으로 단속하기 위해 노력한다.(관련기사 : “北 양강도 중학생들, 한국 영화 보다 걸려…부모들까지 취조”)

또한 3월 북한 당국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는 한류(韓流)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 학생에 ‘소년 교양소’(우리의 소년원) 송치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아이들은 이제는 알판(DVD)보다는 메모리(USB나 SD카드)로 몰래 한국 영화를 보는데, (당국은) 정도가 심할 경우 소년 교양소에 보내고 있다”면서 “(당국이)‘1년 정도 혁명화 좀 하라’면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오는 것”이라고 전했다.(관련기사 : “北, 南드라마 시청학생 소년교양소 송치”)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자유로운 한국사회 동경하는 북한 주민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실생활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예능프로에 푹 빠져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과 문화생활 수준을 보고는 ‘나도 저렇게 자유로운 사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北 주민들, USB에 담긴 한국 영상물 보며 자유로운 사회 동경”)

“기기를 압수당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지만 아무리 단속이 엄해도 정보에 대한 갈망 때문에 기기는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 양강도 소식통(201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