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강도 중학생들, 한국 영화 보다 걸려…부모들까지 취조”

지난 7월 북한 양강도에서 한국 영상물을 보던 중학생 7명이 검열에 걸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의 조사는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으며, 붙잡힌 학생들의 부모들도 함께 취조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7월 백암군에서 남조선(한국) 영화를 보다가 중학생 7명이 잡혀 한동안 떠들어댔다”며 “물론 기기는 모두 압수당했고, 아직도 취조 중에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들의 부모들까지도 취조하고 있는데, 계속 실마리가 풀려나와 (사건이) 처리되자면 아직 멀었다”며 “요즘은 그루빠(단속반)라고 하면서 나타나는 조직들이 하도 많아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한류 통제가 여전히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109그루빠’로 불리는 109상무의 단속 외에 보위원이나 보안원의 수시 검열도 강화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매일이다시피 동네를 도는 것은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109그루빠지만 보위원들이나 보안원들도 그루빠 못지않게 아무 때나 나타난다”며 “행정부의 지시라고 하면서 갑자기 나타나는 조직도 있는데, 사람들은 국가에 필요한 자재나 돈이 필요하면 이들이 한 번씩 장마당을 치고 간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기기를 단속하는 그루빠는 109그루빠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외에도 구역 담당 보안원들이 임의의 시간에 단속을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보위부에도 단속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서 2중, 3중으로 단속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요즘에는 기기들이 작기 때문에 집을 뒤지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외국 영화들을 담은 기기들이 발견되면 즉시 보안소(경찰)에서 취급을 하고 법적 처벌을 준다”며 “기기를 압수당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지만 아무리 단속이 엄해도 정보에 대한 갈망 때문에 기기는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북한 규찰대가 길 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이밖에 함경북도 소식통은 “한 여자 대학생이 올해 6월 남조선 녹화물을 컴퓨터에 복사해서 보다 잡혔고, 이미 먼저 본 대학생들까지 연줄로 9명이 걸려서 잡혔다”며 “보위부는 그 중에서도 유포시킨 인물이 주범이라면서 유포시킨 자가 가장 나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한국산 영화, 노래, 방송 등을 ‘유포’하는 행위를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주민 사회에 한류가 퍼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데 특히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읽혀진다.

한편 국경지역에서는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중국산 휴대전화 사용으로 단속에 걸려 붙잡히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한국과 통화하는 행위를 보다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과 통화한 경우에는 뇌물을 주면 풀어주기도 하지만 한국과 통화한 경우에는 사안을 보다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경에서 중국 전화를 사용해 문제가 되는 일은 부지기수지만 잡혔다가도 돈을 고이고 풀려 나오는 사례가 많다”며 “최근에 혜산에서 중국에 있는 언니와 영상통화를 한 것을 들켜 기기를 빼앗기고 붙잡혔는데 중국 돈 1000위안(한화 약 16만 원)을 주고 풀려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위원도 남조선과의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받고 그만 물러난 것”이라며 “특별히 남조선과 통화하지 않으면 걸려도 쥐 잡듯이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