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USB에 담긴 한국 영상물 보며 자유로운 사회 동경”

최근 북한에서 당국의 엄격한 감독과 처벌에도 한국산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영상물이 USB나 SD카드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은 이를 통해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동경을 키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부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조선(북한) 사람들은 어떤 한국 드라마나 영화나 예능프로나 다 좋아한다”며 “요즘 젊은 층에서는 노래하면서 춤추는 예능 프로가 특히 인기가 있는데, 명절 때나 노는 장소에서 한국 춤을 추면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한국 춤은 또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학원에서 직접 가르쳐 주기도 한다”면서 “다만 학원에서는 한국 춤이라고는 말하지 않고 아이들도 실체를 알고 있지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영상물은 해외에 흘러들어온 것을 메모리나 유심칩으로 핸드폰에 끼우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집에서는 컴퓨터로나 녹화기로 보기도 한다”며 “외국 영상물들은 중국을 통해서 밀수로 들어오는 것이 태반인데, 들어온 영상물을 컴퓨터로 복사해서 유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입해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검열이나 단속 시 감추기 쉬운 작은 크기의 장치를 통해 누구나 쉽게 영상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때 해외 영상물 저장 장치로 활용됐던 ‘알판'(CD)은 상대적으로 보관이 어렵고 단속에 걸리기도 쉬워 최근에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실생활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예능프로에 푹 빠져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과 문화생활 수준을 보고는 ‘나도 저렇게 자유로운 사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에는 한국 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노래가 담긴 SD카드를 휴대전화에 꼽아 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 노래는 어떤 것이든 다 좋아하고, 누구나 다 매일 흥미 있게 듣고 있다”며 “가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 없고, 그저 노래를 좋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 시장들에서 팔리고 있는 북한산 USB들, ‘만물상’이라는 이름의 USB도 있다. /사진=강미진 데일리NK기자

다만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뉴스를 자주 접하는지 묻자 “약전하는(전기통신설비를 다루는) 사람들이 라디오 뒤를 뜯어 어떻게 조작하면 주파수를 조절해 들을 수 있지만, 들키면 엄중히 처벌받기 때문에 들었다고 해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들은 것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여전히 한국 영상물을 소유 또는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한국 영상물에 대한 처벌 수위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 영상물에 비해 더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노트텔은 못 보게끔 통제품으로 돼 있어서 이제는 컴퓨터로 보는데, 컴퓨터에 USB를 껴서 보다가 그 자리에서 삭제한다”며 “한국영화는 국가에서 아직까지 철저하게 (못 보도록) 막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은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그림·사진·도서·노래·영화 같은 것을 허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었거나, 유포하였거나, 비법(불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 또는 보거나, 들었거나, 재현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형법 제183조, 제184조)는 내용으로 자본주의 문화 유입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