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노동자’ 불러들이는 간부들…“때리면 우는 척이라도 하자”

박희철 사건 계기로 사회 전반에 긴장감 확산…1년치 8·3 비용 선불로 낸 노동자들 복귀 지시에 불만

2019년 8월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노동자구의 한 공장.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 공장·기업소들이 돈을 내고 출근하지 않는 ‘8·3 노동자’를 다시 직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의 부정부패 사건이 불거진 이후 8·3 노동을 묵인해 온 공장·기업소 간부들이 행여 불똥이 튈까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2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성시 공장·기업소들이 8·3 노동자들을 직장에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8·3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간부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최근의 움직임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당·정·군 연합회의에서 이른바 ‘박희철 사건’이 공개적으로 다뤄진 이후 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진 것과 연관이 있다. 당 및 행정 부문 간부들도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문제가 제기될 경우 즉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끼며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평성시 내 공장·기업소 간부들은 이달 중순 시 당위원회로부터 “간부들이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공장·기업소 운영 질서를 바로 세우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8·3 노동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8·3 노동은 소속 직장에 일정 금액을 내고 출근하지 않으며 장사 등 개인 경제활동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공장·기업소가 배급과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고안해 낸 나름의 자구책인 셈이다.

다만 북한 당국은 노동자가 직장을 이탈해 개인 돈벌이에 나서는 행위 자체를 문제로 보고 8·3 노동을 단속해 왔다. 그러나 공장·기업소들도 8·3 노동자들에게서 받는 돈을 운영 자금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눈감아 주며 조직적으로 관리해 왔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8·3 노동자를 없애라고 해왔지만, 기업소 입장에서는 8·3 노동자들을 통해 운영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니 간부들이 걸리면 문제시될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8·3 노동을 용인해온 것”이라며 “결국 8·3 노동은 기업소의 운영 자금 확보 수단이면서 간부들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희철 사건을 계기로 평성시 공장·기업소 간부들이 8·3 노동자들을 서둘러 직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는데, 문제는 공장·기업소가 8·3 노동자들에게서 1년 치 돈을 미리 받아 8·3 노동자들이 복귀 지시에 반발하며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직장에서는 보통 8·3 노동자들에게서 1년 치 돈을 선불로 받고 개인 경제활동을 허용한다”며 “그러니 이미 돈을 낸 노동자들은 갑자기 출근하라는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간부들에게 따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공장·기업소 간부들은 “때리면 우는 척이라도 하자”, “이번에 걸려서 문제시되면 너나 나나 무사하지 못하다”, “잠잠해질 때까지만 출근하라”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달래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8·3 노동자들은 마지못해 다시 직장에 출근하고 있으나 이미 낸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경제활동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편, 현재 평성시에서는 박희철 사건을 계기로 간부들의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중앙의 검열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제기되면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관련 검열이 진행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한 사람을 본보기로 잡아 ‘고기밥’으로 만들곤 한다”며 “하지만 이것도 그때뿐이지 8·3 노동이 없으면 기업소가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인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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