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명절 특수’ 노린 조화 생산 바람 불어… “없어서 못 팔 정도”

명절 앞두고 종이꽃, 비닐꽃 만들어 파는 개인 수공업자 늘어…가격 크게 올랐지만 수요 상당

지난 2021년 김정일 생일 79주년 당시 마스크를 쓴 북한 주민들이 웃으며 ‘광명성절 경축’이라고 적힌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로 선전) 80주년을 성대히 경축하기로 하면서 각종 꾸리기 사업과 행사에 필요한 종이꽃, 비닐꽃 생산에도 불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이달 초부터 개인집들에 꽃 간판이 죄다 나붙었다”며 “광명성절을 맞으면서 열리는 행사에도 꽃이 필요하고 명절을 화려하게 지내기 위한 거리꾸리기용 꽃도 필요한데 생화는 비싸 구하기도 힘들고 추운 날씨에 얼어죽으니 개인집들에서 지화(종이꽃)나 비닐꽃을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주민들에게는 2월 16일 당일 열리는 군중시위 등 행사 준비 지시와 함께 인민위원회를 통한 명절 분위기 조성 사업에 관한 포치가 내려졌다. 그러면서 평양 곳곳에서는 이른바 ‘명절 특수’를 노린 조화 생산 바람이 불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행사 때 꽃다발을 들어야 하고 기관이나 동 인민반에서는 맡은 거리 구간을 꽃으로 장식해야 하는데, 생화는 너무 비싸다 보니 종이나 비닐로 만든 가짜 꽃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위에서도 웬만하면 생화를 바치라고 하고 생화를 바친 사람은 월, 분기, 연말 총화 때 충성심 높은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지화를 바쳐도 상관은 없다”며 “칭찬을 받을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궁을 받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자연스럽게 조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에서 조화를 만들어 파는 개인 수공업자가 늘어났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계절 돈벌이로 지화나 비닐꽃을 파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판매하는 집들은 애들까지 다 동원해서 밤새 꽃을 만들고 사려는 사람들은 서로 사겠다고 먼저 돈을 내고 예약해서 가져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빗발치는 주문에 가격도 꽤 올라 1000원(북한돈)이면 살 수 있던 지화 꽃다발은 값이 3배 오른 3000원에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회용인 지화 꽃다발과 달리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는 비닐 꽃다발은 그보다 훨씬 비싼 2만 원 정도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생화 역시 올해 대목을 맞아 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평양에서는 생화 꽃다발이 5만 원부터 거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그런데도 지금 생화판매소들이 호황”이라며 “올해 명절을 크게 경축하면서 너도나도 생화를 바치려 하는데 입소문을 타야 꽃이 더 많이 팔리니 다른 상점들에 사람을 보내 어떻게 장식하는지 다 보고 서로 견제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각 기관에서는 명절 주간에 거리 화단에 꽂아둔 꽃을 지키려 경비 인원까지 조직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기관들에서는 각기 맡은 구간별로 꽃을 활용해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해야 하지만, 생화든 조화든 꽃이 귀하다 보니 거리에 꽂아두면 누군가 밤에 훔쳐 갈 수 있다면서 꽃을 사수하는 데 인력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동 인민반에서는 맡은 구간의 거리를 꾸리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대별로 2만 원씩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민들은 ‘4·15(김일성 생일) 때도 돈을 또 한 번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벌써 한숨을 내 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