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일에 또 세외부담…꽃바구니 비용은 주민 몫

함흥시 한 초급 여맹위원회는 인당 3000원씩 요구…생활난 허덕이는 주민들 불만 토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김일성 사망 29주기인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언덕을 찾아 추모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9일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을 앞두고 꽃바구니 마련을 명목으로 한 세외부담을 또다시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지난 8일 함흥시에서 수령님(김일성) 서거일을 맞아 동상과 현지 교시판 등에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사업이 진행됐다”며 “그에 앞서 각 조직에서는 꽃바구니 증정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전가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7월 8일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동상 등을 찾아 꽃을 증정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이 같은 추모 사업에 조직별로는 꽃바구니를, 조직에 속한 개인들은 꽃다발을 무조건 지참해야 한다.

각 조직에서는 꽃바구니 마련에 필요한 비용을 주민들에게 전가해왔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걷어 꽃바구니 마련에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함흥시 당위원회는 지난 4일 조직별 꽃바구니 증정 지시를 내렸고, 특별히 올해 꽃바구니를 풍성하게 만들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후 각 조직에서는 주민들에게 꽃바구니 마련에 필요한 돈을 요구해 주민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전언이다.

실례로 함흥시 사포동의 한 초급 여맹위원회의 경우에는 꽃바구니 증정을 명목으로 여맹원 1인당 북한 돈 3000원씩 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여맹원들 속에서는 ‘당장 쌀을 살 돈도 없는데 어떻게 돈을 내라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코로나 후 인민반 세대들의 실정을 보면 1~2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어려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유치원 아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인데 정치적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명목으로 세외부담이 끊이지 않고 있어 혹독한 생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더욱 허리띠를 조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동상에 증정하는 꽃바구니나 꽃다발은 하루 이틀 지나 시들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주민들은 꽃 한 송이 살 돈으로 강냉이쌀 1kg를 구매할 수 있다”며 “그 돈이 없어 끼니를 굶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결코 반길 수 없는 일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