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작황 부진 예상되는데, 농민에게 軍에 헌납 강요”

소식통, “올 겨울 농촌 식량난 가중될 듯… 절량세대 속출할 수도”

북한 평양 만경대구역 만경대남새전문농장에서 수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협동 농장들이 농자재 부족으로 작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한 군(軍)이 농민들에게 수확물 헌납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가을 쌀과 옥수수, 감자 등 작물 수확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농촌의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부터 514 관리소에서 각 협동농장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수확량과 작황 상황을 조사하면서 미달된 계획량을 무조건 채우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자재 부족 문제, 수해, 냉해 등 작황 조건과 상관없이 무조건 목표량을 채워 수확하고 이를 군에 납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식으로 이용되는 감자, 보리 등은 물론이고 마늘, 배추와 같은 채소 종류까지 품종별로 철저한 작황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514 관리소는 북한 군의 식량 지원을 총괄하는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산하 기관으로 각 도, 시, 군에 지부 형식으로 위치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9월 군수물자 조달 계획을 후방총국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514관리소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와 농촌경영위원회 등을 동원해 협동농장과 개별 농민들의 소토지까지 실태조사에 협조하고, 군납 의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에 자발적으로 식량을 헌납하는 것이 애국임을 수차례 교육하면서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평안남도 평성의 경우 지난달 25일 514관리소를 주축으로 시 인민위원회 및 농촌경영위원회 군수동원과 관계자로 구성된 비상검열소조까지 발족했다는 전언이다.

비상검열소조 구성은 농민들에게 군수용 식자재 헌납을 보다 강제화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북한 밭농사가 예년보다 수확량이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달 김장용 배추와 무 파종을 했는데 씨붙임(파종)이 제대로 안됐다”면서 “다른 밭들도 비료가 부족해 올 해 전반적으로 남새(채소) 농사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식자재 부족으로 반찬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김치가 영양 공급원이면서 주요한 찬거리에 해당한다.

매년 김장을 담그는 것이 집집마다 큰 연례행사이기 때문에 배추, 무, 마늘을 비롯한 남새 농사 상황이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사 작황도 좋지 않은데다 514관리소의 목표량 달성 채근과 수확물 헌납 강요에 농민들의 식량 걱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514관리소가 개인 소토지까지 조사하면서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번 겨울 농촌의 절량(絕糧)세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