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올해 김장에 빨간 고춧가루 양념 대신 콩물 쓴다

비싼 고춧가루보다 저렴한 콩으로 김장하려는 주민 늘어…일부 직장 세대에 배추·무 공급돼

북한의 김장철 풍경.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올해 김장에 고춧가루 양념 대신 콩물을 사용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일부 세대들이 겨울철 김장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생활난으로 김치에 고춧가루 양념을 하지 않고 돈이 적게 드는 메주콩을 갈아 만든 콩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한보다 빨리 추워지는 북한에서는 매년 10월 중순부터 김장철이 시작된다. 김치는 주민들의 ‘반년 식량’으로 불릴 만큼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도 많아졌다.

그런데 올해는 주민들이 어떻게든 김치를 담그려는 분위기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때 김장을 포기하고 겨울을 보낸 주민들은 김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그래서 올해는 생활이 어려워도 김장을 포기하지 않고 적은 양이라도 김치를 담그려는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기관장들의 연말 총화에서 노동자들에게 배추나 무를 얼마나 공급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관 기업소들이 재료의 질은 따지지 않고 농장들에서 김장용 배추와 무를 최대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배추와 무를 노동자들에게 공급한 기업소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현재 김장을 하려는 세대는 대부분 직장 세대들이고, 김장용 배추와 무는 공급받은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며 “다만 하루 두 끼 해결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김장하는 데 필요한 고춧가루, 소금 등을 준비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콩을 갈아 만든 콩물로 김장하면 고춧가루 양념을 하지 않아도 쩡한(자극적인) 맛이 난다‘, ’콩물로 김장하면 돈도 절약하면서 김치도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장하려는 주민들은 고춧가루 양념 대신 물에 불리고 갈아서 끓인 후 식힌 콩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 혜산시 주민은 “올해는 남편이 직장에서 배추와 무를 타왔지만 양념할 형편이 안 돼 소금물에 절여 겨울에 절임으로 먹으려 했다”면서 “그런데 콩물을 넣으면 맛이 좋다는 말을 들어 올해는 콩물을 넣어 김치를 담그려고 콩을 마련해 놨다”고 말했다.

현재 혜산시장에는 메주콩이 kg당 4100원에 팔리고 있으며, 통고추는 1kg당 2만 3000원~3만원, 고춧가루는 2만 7000원~3만 5000원 선에서 팔리고 있다. 또 김장용 배추는 kg당 1000~1500원, 무는 1000원에 팔리고 있으나 아직 가을걷이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값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고춧가루는 물론 마늘, 새우젓 등 다른 재료까지 사는 데 큰 부담이 따른다”며 “고춧가루보다 훨씬 눅은(싼) 콩으로 만든 콩물을 대신 사용하면 어려운 사람들도 김치를 담글 수 있어 콩물로 김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배추와 무를 공급받지 못하는 부양 세대들이나 노인 세대들은 올해도 김장은 생각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