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자강도 편] 母의 비극, 국경 너머 子의 눈물

[북한 비화] 강제북송된 女, 코로나 터지자 시설에 격리…中 가족에 어렵게 도움 청했지만 끝내 숨져

북한 자강도의 한 지역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 북한의 작은 산간 도시인 자강도 자성군에서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한 국가적인 주민 통제 격리 조치가 예외 없이 집행되고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 발생한 여성 조모 씨의 사망 사건은 지금도 자성군 주민들에게 애처로움과 비통함을 자아내고 있다.

오래전 중국 농촌에 인신매매로 팔려 가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살던 조 씨는 2016년 비법월경자로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고, 북한 교화소에서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19년 출소했으나 마땅한 거처가 없어 자성군 여기저기를 떠돌다 산에서 움막 생활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는 발열 증상을 보인다는 이유로 당시 엄격한 격리 정책에 따라 한 격리 시설에 수용됐다.

의약품은 물론 음식도 부족한 격리 시설에서 조 씨는 지속 고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사경을 헤매면서도 국경 너머 중국에 있는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생각했다. 이에 그나마 말이 통하던 격리 시설의 방역관에게 부탁해 중국 휴대전화를 가진 밀수꾼을 통해 중국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신들의 아들이자 손주를 위해서라도 저를 제발 도와주세요. 계속 열이 나면 여기서는 절대로 내보내지 않아요.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요. 제게 필요한 것은 그저 돈뿐입니다. 2000원(위안)이면 충분하지만, 그것도 힘들다면 700원만이라도 보내주세요.”

중국의 가족에게 전달한 조 씨의 편지에는 이런 절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국경이 철저히 봉쇄된 탓에 돈을 보내달라는 그의 요청이 현실로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웠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2021년 1월 마침내 중국의 가족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닿았지만, 조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조 씨는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도,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고열에 시달리다 끝내 격리 시설에서 사망했다.

그의 시신은 국가의 방역 정책에 따라 불태워졌다. 무연고자로 분류된 그의 시신을 태운 잿가루는 아무렇게나 흩뿌려졌고, 그렇게 중국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했다.

중국의 가족으로부터 전달된 돈은 조 씨의 사망을 알고 있던 방역관이 그대로 가로채 갔다.

이 사연을 아는 자성군의 한 주민은 “이런 비극을 겪은 것은 조 씨만이 아니었다”며 “2020년 한 해 동안 자강도 내 비루스(바이러스) 격리 시설에서 사망한 이들 가운데는 무연고자나 무의무탁자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조 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는 며칠 밤을 새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아들은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돈을 받아 챙긴 이들에 대한 증오감을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지금도 자성군 주민들은 조 씨의 돈을 가로챈 방역관에 대한 비난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북한의 코로나 격리 정책이 얼마나 무책임적이고 비인간적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이 사례는 폐쇄된 국가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주민들은 “지난 시기 겪은 비극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때 국가의 무자비한 통제하에 목숨을 잃은 이웃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고, 이것이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