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에 신경 쓰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겪는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돼 국제사회로부터 지적을 받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월 말 뉴욕커는 비영리 탐사보도 단체 ‘불법 바다 프로젝트’(Outlaw Ocean Project)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중국의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북한 노동자들은 “그들(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은 우리를 발로 차고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들이 술을 마시면 내 몸을 장난감 가지고 놀 듯 모든 곳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일부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누군가 사망하면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에 해당 사실이 유출되지 않게 비밀로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노동자 권리 보호에 주의 기울이라”
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이후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이 제기되자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안전한 작업 환경 제공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라’는 내용의 지시를 현지 관리 간부들에게 하달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국제적인 제재의 주요 원인을 (열악한) 노동 환경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에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작업 현장별 엄격한 규제를 마련하고 근무 조건 주기적 검토하며 월별 보고를 체계화라는 방침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게 신소(伸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지속 교육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관리 간부에 의해 목소리가 묵살되지 않도록 대사관, 영사관, 보위원 등에게 바로 신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관리자들의 책임감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를 내적으로 처리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 단속 강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후에 모든 노동자들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호상(상호) 감시를 잘하고 바로바로 보고하라는 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당연히 양측(중국과 북한)은 노동자 권리 보호에 힘썼다는 식으로 영상(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노동자들에게도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식의 선전을 주입할 것이지만 결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폭행 문제는 절대 새어나가면 안 된다”
‘불법 바다 프로젝트’의 인터뷰에 참여한 북한 노동자들에 의해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성폭력 문제도 드러나게 됐지만, 북한 당국은 이런 문제를 무시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유형(성폭력 문제)의 사건은 국가 자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보고되는 경우가 드물고 현지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면서 “다만 이런 사례가 외부로 알려지면 국제적인 비난과 압력을 받고 국가 영상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절대 새어나가지 못하게 단속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현재 내부 고발을 통해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하는 관리 간부들을 교체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남녀문제(성과 관련된 사건을 일컫는 북한식 표현)에서 소리가 많이 난 남성 관리자를 다른 문제로 짚어 조용히 교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적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해 국가의 위상을 깎아내렸다거나 처신을 똑바로 못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교체를 준비 중이라는 뜻이다.
이밖에 북한은 성폭력 문제의 싹을 자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올해 여성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줄이는 것도 검토되고 있고, 당성이 높은 여성 간부를 파견하는 문제도 올려놓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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