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수 농가들이 이상저온 현상으로 냉해를 입은 가운데 북한에서도 피해가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4월에 발생한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평안남도 개천, 양덕, 북창 등 중남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과수의 저온 피해가 심각해 농장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천, 북창군의 피해가 특히 컸다”면서 “개천의 경우 거의 모든 농장의 과수 작업반이 피해를 봤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피해가 확산한 이유는 지난 3월 이상 고온으로 인해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으나 4월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개화 이후 이상 저온이 발생하면 농작물과 과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꽃의 개화 및 수순 형성 단계에서 이상 저온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열매의 형성과 발달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런 경우 꽃이 정상적으로 개화되지 못해 조기에 낙하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꽃이 조기에 낙하하면 열매의 형성과 성장이 중단되므로, 열매의 품질과 수확량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북한기상관측 정보에 따르면 평안남도 양덕은 지난 4월 초 낮 최고기온이 25도 안팎을 기록하다 갑자기 최고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고 최저기온도 영하로 떨어지는 등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내리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소식통은 “과수별로는 사과가 피해가 가장 크다”며 “복숭아, 추리(자두)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잘못된 지시로 인해 채소 농사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영농 공정을 당기라는 당 지시에 따라 남새(채소)와 감자, 강냉이(옥수수)도 서둘러 파종해 피해를 봤다”면서 “저온 현상으로 과수뿐만 아니라 남새도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기후 조건이나 작물의 성장 시기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지시를 내려 이상 저온 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농작물 생육 예보사업은 농업 부문에서 적기에 따르는 농업기술적 대책을 미리 앞질러가며 세우도록 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최근년간 재해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는 현실은 농작물 보호 대책을 철저히 세우면서 비배관리의 과학화 수준을 더욱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농작물 생육 예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북한은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비해 농작물 생육 예보의 과학성을 담보하는 사업이 중요하다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는 조건이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에 근거하기보다는 농업 생산량 증대라는 당국의 목표 달성 압박 분위기에 일을 다그쳐 피해를 낳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