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년들 험지 진출 강요에…결혼 한 달 앞둔 20代 ‘파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9일 “수천 명의 남녀 청년들이 사회주의농촌과 금속, 석탄, 채취공업 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의 주요 전구들로 용약 진출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자원해서 험지로 가는 청년들을 미덕으로 삼아 적극 선전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황해북도 청년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험지 탄원사업을 추진하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의 지시에 따라 평성시에서 이달 15일까지 150여 명의 농촌진출자 선발사업이 진행됐다. 여기서 평성시 오리동에 거주 중인 최 모(20대) 씨가 농촌진출자 명단에 오르면서 파혼의 억울함을 당했다는 전언이다.

우선 이번 농촌진출 대상자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출신성분이 나쁜 대상. 지주 자본가 자손, 또는 6.25전쟁 시기를 기준으로 가족 중 치안대에 가담하였거나 남한으로 도주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다.

둘째, 부모 중 농촌 출신이 있는 대상. 즉 아버지나 어머니가 농촌에서 살았다면 본인도 이번에 농촌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군복무를 하지 않은 대상. 여기에는 외독자 아들이나 신체상 기준 미달로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대상이 속한다.

넷째, 가족 중 사회적 불만이 많은 대상. 직장생활에 태만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노동단련대나 노동교화 처벌을 받은 주민들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았더라도 ‘당(黨)에 의한 배려’라는 명목으로 농촌 진출을 강요당한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 씨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평성 관개기계공장에서 12년 동안 기능공으로 일했다. 또한 공장에서 기술이 좋고 충성심도 높다는 평가를 받은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장 간부들은 분담된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최 씨를 농촌진출자 명단에 넣은 것이다.

소식통은 “최 씨의 약혼녀는 농촌진출 소식에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농촌에서 살 수는 없다’며 결국 결혼을 한 달 앞두고 파혼을 선택했다”면서 “결론적으로 보면 청년들의 사랑을 (당국이) 갈라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계속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관철 때문에 청년들이 농촌으로, 탄광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이러고도 인민 대중 제일주의를 내걸고 있어 속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청년들이 적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