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코로나 착취… “재중 北 노동자 월급 98%, 충성자금으로”

중국 랴오닝성의 한 의류공장에서 북한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재중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의 대다수를 착취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족한 충성자금 할당량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발생한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조선(북한)의 노동자들은 보통 밤 10시에서 12시까지 일을 하고 2,800~3,200위안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며 “그중 한 회사는 한 달 생활비 50위안만 주고 나머지는 모두 당 자금(충성자금)으로 가져간다”고 전했다.

북한은 예전부터 월급에서 일부를 ‘충성 자금’ 명목으로 징수해왔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노동자 식비로 책정된 돈마저 추가로 가져갔다. 수주량 급감으로 인해 할당된 충성자금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게 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관련기사 : 북한, 中파견 노동자 식비까지 ‘충성자금’ 명목 갈취)

또한 재중 북한 노동자 상당수가 보통 새벽 4~6시에 출근해 하루 16시간이 넘게 일을 하고 있으며 착취공장(Sweatshop) 수준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동자의 월급 약 98%를 착취해가는 상황이다.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임금도 거의 받지 못하는 사실상 노예와 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에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본보와 접촉한 한 북한 노동자는 “관리자들은 ‘조국(북한)을 위해 목숨도 바치는데 돈 바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며 “50위안도 조국에서는 큰돈이라고 노동자들을 이해 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국(북한)이 어렵다고 하니 싫어도 충성이 우선이라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면서 “일 년 동안 돈을 벌지 못해 겨우 버티다가 올해부터 그나마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회사의) 적자를 노동자 돈으로 메꾸라고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충성심’ ‘열악한 내부 사정’을 임금 착취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선뜻 반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중국 내 무역일꾼들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당국에 바칠 충성자금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에 송금해야 하는 자금 마련을 위해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쥐어짤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자기 월급 대부분을 모두 당에 바치는 북한 사장(관리자)들이 많을 것이다”면서 “그들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충성자금 마련 압박에 중국 내 무역 일군과 노동자 모두 피해자이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2월 해외파견 무역 기관에 강화된 당 자금(통치자금) 상납 및 처벌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든 바 있다. 규정의 주요 골자는 ‘당자금을 4개월째 미달하면 기관, 단체, 작업소, 식당, 공장 하부 말단 책임자들을 교체 및 조국으로 소환한다’는 내용이다.(▶관련기사 : 北, 충성자금 未상납 처벌 강화… “4개월 미달하면 본국 소환”)

해당 규정으로 인해 압박감을 받은 중국 내 무역 일군들이 노동자들을 더욱 가혹하게 옥죄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부 노동자들은 그동안 모아온 돈의 일부도 당자금을 빼앗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북한 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 딱 한 번 집에다가 1,000위안 보냈다”며 “2019년부터 모아온 돈이 모두 당 자금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도 대부분 노동자는 50위안이라도 아껴 돈을 가족들에게 보내려 한다”며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어 돈을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