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 5년… “법 사문화, 北 반인도범죄 방조하는 것”

핵심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로 출범 지연…정부·여당에 조속한 이행 촉구 목소리 나와

2018년 6월 15일 문을 닫은 서울 마포구 소재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통일부는 당시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빈 사무실에 대해 매월 6300여만 원의 임차료가 계속 발생해 재정적 손실이 가중되고 있어 계약 종료가 불가피했다”며 21개월 만에 사무실을 철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

북한인권법 제정 5주년을 맞아 정부와 여당에 조속한 법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과 공동으로 ‘북한인권법 통과 5주년 및 화요집회 100회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태 의원은 이날 “한국은 북한인권 개선에 책임 있는 당사자이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정권이 구체적인 인권 증진에 나서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와 여당에 북한인권법 이행을 촉구했다.

태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4년 동안 북한인권법은 사문화되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점, 남북인권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점, 북한인권협력대사가 임명되지 않고 있는 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4년째 공식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인권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해 나가야 할 주체인 통일부가 오히려 북한과의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통일·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인권법 사장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한 지 11년 만인 지난 2016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법안의 핵심이라 불리는 북한인권재단은 지금껏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아 현판식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인권법 제12조는 재단 임원 구성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을 추천해 총 12명의 이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여당은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어 재단 출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북한인권법 통과에 앞장서 온 김태훈 한변 대표는 이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역대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과 임명을 끝내 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단 이사의 추천, 임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북한인권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자기부정을 넘어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 앞에 죄를 짓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죄를 짓는 일일 것”이라며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한 시일 내에 출범해 북한의 인권유린 실상을 제대로 기록하고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북한인권법의 올바른 실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달 24일 야당 교섭단체 몫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5명에 대한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단독으로 제출하고 정부와 여당이 재단 이사를 추천·임명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법이 제정 5주년을 맞은 것과 관련, “정부가 가진 기본 인식은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방향대로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재단 출범 등 북한인권법에서 이행되고 있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법안의 취지에 맞게 이행될 수 있도록 국회 등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