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들 “통일부 일방적 사무검사 거부” 목소리 높여

25개 단체 공동성명 발표…킨타나 유엔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관여할 것" 입장 밝혀

통일부 대북전단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6월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북전단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

통일부가 부처에 등록된 법인 25곳에 대한 사무검사를 추진하고 그 외 비영리민간단체들에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 북한인권 및 정착지원 분야 단체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이 같은 정부의 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제기됐다.

탈북자동지회 등 25개 북한인권 및 탈북민 단체는 22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통일부는 북한인권 및 탈북민 정착 관련 단체에 대한 부당한 표적 사무검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통일부의 사무검사 대상인 등록 법인과 요건 유지와 관련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등록 비영리민간단체는 물론, 부처 등록되지 않은 여타 북한인권 및 탈북민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성명에서 “통일부가 사무검사를 실시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고, 전례 없는 사무검사를 실행하면서도 대상 단체 선정 기준과 원칙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앞서 사무검사 대상 단체들에 ‘통일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소속공무원에게 법인의 사무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한 ’통일부 소관 비영리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8조(법인사무의 검사·감독)를 근거로 사무검사를 실시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체들은 “통일부는 ‘필요한 경우’가 무엇이고, 그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밝히지 않아 그 과정이 자의적이거나 의도적이거나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국회의원이 통일부가 정한 25개 대상 단체 명단과 각각의 이유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통일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체들은 “이제까지 단체 등록과 변경 시에 통일부에 관련 서류를 충실히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등록단체 중 북한인권과 탈북민 정착지원 단체만을 뽑아 사무검사를 실행하고 단체 유지 요건을 갖췄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탄압”이라며 통일부가 관치 발상으로 북한인권을 위해 힘쓰는 시민단체들을 표적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감독하고 감시하며 자의적 기준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시민사회를 질식시키며 국제사회가 공인해온 인권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국내정치 문제로 축소하고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통일부의 일방적 사무검사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통일부는 사무검사의 목적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통일부의 정치적 행위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방송(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단체와 탈북민 단체에 대해 취한 움직임은 확실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떤 조치도 이 단체들의 임무 수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 정부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 정부 입장을 충실하게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 대변인은 북한인권 및 정착지원 분야 단체 대상 점검과 관련, “과거에도 필요한 경우 비영리민간단체에게 관련자료 제출 등을 요청해 온 적이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 등 최근 남북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통일부 등록 법인과 단체에 대한 일체 점검을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