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 접수하러 나온 군인 총에 맞아 주민 사망…불안감 고조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평안남도 문덕군에서 한 농장원이 ‘군량미 접수조’로 농촌에 나와 있던 군인의 총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문덕군의 협동농장에 군량미 접수를 나온 군인 중에 한 군인이 지난 19일 밤 근무 중에 탈곡장 주변에서 어물거리는 한 농장원에게 사격을 가해 그 자리에서 즉사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일로 주민들은 분노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문덕군을 비롯해 숙천·평원 등 곡창지대에는 군량미를 확보하기 위해 파견 나온 군인들이 ‘목숨으로 낟알을 지키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들어 공탄 3발, 실탄 3발을 장착하고 탈곡장을 지켜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앞서 군량미 접수와 관련해 두 가지 방침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로 군량미에 손을 대거나 낭비하는 행위를 보면 가차 없이 저지시키며 불복하는 경우에는 공탄과 실탄을 발사해도 좋다고 밝혔다.

또 두 번째로는 군량미 접수조가 군량미를 다 접수하고 돌아간 후에도 부대마다 군관 1명, 하 전사 2명 정도씩을 항시적으로 담당 농장에 두면서 철도 운반까지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승인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갖고 있던 42세의 한 농장원이 어려운 집안 살림에 밤중에 농장 주변에 떨어진 벼 이삭을 주우러 나왔다가 탈곡장을 지키고 서 있던 군인이 쏜 총알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총을 쏜 군인은 이 농장원이 밤 11시경 탈곡장으로 몰래 들어가려고 해 사격했다고 사건 경위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민들은 농장원이 총을 맞고 쓰러진 위치가 탈곡장과 조금 떨어져 있고 탈곡장에 도적질하러 들어갈 정도로 무모하게 행동할 사람도 아니라면서 군인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아무리 탈곡장 주변에서 어물거린다고 해도 인민에게 총부리를 돌려 즉사시키는 군인이 과연 인민의 군대이고 인민의 아들이 맞느냐면서 속으로 울분을 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해마다 군인들이 와서 쌀을 전부 다 털어 가는 통에 힘들게 농사를 짓고도 분배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결국 탈곡장 주변에 떨어진 벼 이삭을 줍다 사망한 농장원의 기구한 인생을 안타까워하며 통탄해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군당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더 말이 퍼지지 못하도록 주민들에게 조용해 달라고 당부했으나 주민들은 군민관계 문제는 항상 감추고 묻어버리려 하는 군당에 노골적인 비난을 나타냈다”면서 “사건에 대한 정확한 경위를 따져 군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또 이 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