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휘발유·경유 가격 하락…北中 밀착, 유류 거래로 가시화되나

평양 경유 가격 하락 두드러져…10년 만에 3000원대 가격 형성돼

▲대북 송유관 단둥(丹東) 기지 내의 가압시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올해 초 상승세를 보였던 북한 유류 가격이 지난달 말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중 간 밀착 행보가 나타나는 가운데, 최근 중국으로부터 유류 공급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지난 1월 25일 기준 북한의 경유 가격은 평양 3500원, 신의주(평안북도) 6000원, 혜산(양강도) 6300원으로 지난 11일 조사된 가격보다 각각 56, 24,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류 가격의 경우 공급량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나지만 2주 만에 23~56%가 급락한 것이다.

특히 평양의 경유 가격이 3500원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휘발유의 경우 경유보다는 하락폭이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11일 1kg 당 평양 10000원, 신의주 11000원, 혜산 12000원이었던 북한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5일 평양 6700원, 신의주 11000원, 혜산 11100원으로 조사됐다.

휘발유 가격도 지난 11일과 비교할 때 평양이 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변동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혜산의 휘발유 가격은 2주 전보다 7.5% 가량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고, 신의주는 가격 변동이 전혀 없었다.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의 하락폭이 큰 이유는 경유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떠나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돼 북한으로 밀반입된 수입품의 상당수가 경유에 집중돼 있었다.

중국으로부터의 유류 밀반입은 지난달 중순 이후 수차례 이뤄졌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평양 외곽에 위치한 연유 판매소. /사진=데일리NK

다만 다른 지역에 비해 평양의 유류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것은 평양에서 공급이 우선적으로 이뤄진 데다가 공급량도 가장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휘발유도 지난달 중순 이후 경유와 함께 수입이 이뤄졌지만 평양에 공급된 이후 다른 지역으로의 유통이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 유통 중단 이면에는 중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중국 측은 경유와 휘발유 공급 계약을 하면서 군수 부문이 아닌 민간에만 유통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북한 당국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기름이 군수용 연유(燃油) 창고로 들어간 사실을 중국 측 관계자가 확인하면서 휘발유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신의주와 혜산 휘발유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지난달 초 가격으로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갑자기 유류 값이 하락하자 당국은 사재기 양상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통제에 나서고 있다.

유류 가격이 급락하자 휘발유와 경유를 비축해 두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당국이 각 시장에 사회안전군 타격대를 파견해 연유 장사꾼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격대는 연유 판매자들이 대량으로 기름을 팔다가 발각되면 연유 전량을 무상몰수하겠다며 엄포까지 놓은 상태다.

한편, 중국이 유류를 제공하는 대가로 북한이 어업권을 일부 매각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다만 북한의 어업권 판매설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리선권 북한 외무상과 새해 축전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축전에서 왕 부장은 “새해에 중국은 북한과 밀접히 소통하고, 양국 관계를 부단히 발전시켜 양국 국민에 더 많은 복을 가져다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 국방부도 북중 관계의 전통적인 우의 유지와 발전은 중국 정부의 변함없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월례브리핑에서 “북중 양국의 군 관계는 중요한 부분으로 관계 강화와 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우리는 양국 군 각급 우호 교류를 전개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