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의 자가당착…최근까지 증산했다더니 돌연 전력생산 차질?

최고인민회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덕훈 내각총리가 선서를 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해까지 노동신문을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선전한 북한이 갑자기 실패를 자인하며 경제 담당 내각을 대폭 물갈이했다. 북한 특유의 과도한 선전이 현실과 괴리를 일으켜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덕훈 내각 총리는 내각 사업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내각의 사업에서는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났다”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에 도달하여야 할 인민 경제 주요 지표별 목표를 실현을 위한 작전과 지휘도 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2016년 7차 당대회 이후 추진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실패를 인정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부총리 8명 중 6명을 교체했고 화학공업상(장관)은 마종선, 채취공업상은 김철수, 경공업상은 장경일을 새로 임명했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 인원이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바뀌었다. 경제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인적 쇄신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9일에는 ‘상원세멘트(시멘트)련합기업소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성과적으로 수행하였으며 그 기간 3차례나 최고 생산 년도 수준을 돌파하였다’ 13일에는 ‘석탄공업 부문에서 60여 개 청년돌격대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수행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등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노동신문에는 각 분야에서 5개년 전략목표를 완수한 단위들이 상당하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까지도 목표달성을 선전해오던 북한이 갑자기 실패를 자인하고 내각을 물갈이한 것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서 새로 임명된 김유일 전력공업상.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런 모습은 전력 생산 부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만성적인 전력난에도 매일같이 전력 증산 소식을 전해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은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었다면서 책임자를 교체했다.

김덕훈 총리는 이날 사업 보고에서 “전력생산 목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인민 경제 거의 모든 부문에서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내세웠던 주요 경제지표들의 목표를 미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력 생산을 책임지는 전력공업성을 김유일에게 맡겼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지난 14일에도 “각지 발전소의 전력생산자들이 올해에 들어와 현재까지 수천만kWh의 전력을 증산했다”며 “각지 화력발전소의 로동계급이 전력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에도 “80일 전투의 하루하루를 전력증산성과로 이어온 여러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의 일군(일꾼)들과 로동계급이 전투목표를 련이어 완수했다”고 선전했다.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전력 생산 성과 선전과 김 총리의 사업 보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한 모습이다.

체제결속을 위해 성과를 부풀려 선전해온 북한이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인민애, 애민정신을 앞세우며 경제실패 인정도 스스럼 없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전방식과 기존 방식이 엇박자를 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북한의 국가 예산 집행 결산보고에서도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노동신문은 18일 ‘국가 예산 집행 결산보고’를 보도하며 “인민 경제 중요부문과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는데 필요한 자금을 전해에 비하여 105.7%로 지출하여 경제건설의 쌍 기둥인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전력, 석탄, 기계, 건재공업, 철도운수 부문을 추켜세웠다”고 말했다.

북한이 초과예산을 사용해 전력 부분을 발전하고 강화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를 김 총리의 보고와 비교해 종합해 보면 북한이 전력 생산 부분에 상당한 예산을 투여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는 북한의 비효율적인 국가 운영시스템의 단면으로 볼 수 있지만 앞선 경우처럼 왜곡되거나 과도한 선전으로 인해 모순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토론에 나선 조주영 대의원은 “지난 5개년전략목표수행기간 (평양화력)련합기업소에서는 발전설비들의 원성능을 회복하고 원단위소비를 낮추기 위한 중요경제과업들을 해결할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조건보장 문제를 내세우면서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비판했다.

발전을 위한 충분한 자원은 없었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는 반성의 말이다. 전력부문에 초과예산을 투입해 추켜세웠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