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에 의사 20여 명 강제 배치…불만 토로하다 경고 받아

북한 양강도 삼지연시 인민병원 앞에서 개원식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혁명 성지’로 불리는 양강도 삼지연에 최근 다른 지역의 의사 20여 명이 새로 배치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지연의 열악한 식량 사정과 추위에 맞닥뜨린 이들 의사는 당국의 강제 배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국가의 지시에 따라 11월 중순에 ‘선물의사’라는 이름으로 타곳의 의사 20여 명이 삼지연에 강제로 배치돼 왔는데, 이들은 자기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심심산골에 배치받은 것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꾸리기 사업으로 주민 사택이 늘어나고 이주민들도 많아진 삼지연시에 얼마 전 새로 병원이 개원하면서 의사 수급 문제가 떠올랐다. 이에 북한 당국은 신경을 쓰고 무리 배치를 조치해 최근 20여 명의 의사가 삼지연으로 오게 됐다.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6일 삼지연시 인민병원 개원식이 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신문은 삼지연시 인민병원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를 비롯한 모든과들에 최신 의료설비와 가구들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삼지연에 새로 배치돼 온 의사들은 어느 정도 경력 있는 도내 의사들과 갓 의학대학을 졸업한 청년 의사들로, 그중에는 평양의학대학 졸업생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지연은 북한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비교적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살다가 갑자기 오게 된 의사들은 “돌아보면 산과 먼지밖에 없는 이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혹한을 견디며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느냐”며 당국의 조치에 불만과 실망감을 표출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쌀을 먹고 살다가 이제는 감자를 주식으로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것에 기막혀하면서 추방 온 기분이라고 말하거나 내팽개쳐진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의사들의 이러한 정신 상태가 당에 보고되면서 이들은 시당(市黨)으로부터 엄중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시 당위원장은 전국이 배급을 공급받지 못하는데 삼지연은 감자지만 평양시 공급으로 해당돼 배급을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면서 당의 배려에 배은망덕하다고 못을 박아 일단 그들의 불만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시당 조직부에서는 새로 온 의사들이 삼지연에서 도망갈 때는 당을 배신한 행위로 평정서에 영원히 딱지를 붙여 어디를 가든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지연에 새로 배치된 의사 20여 명은 현재 거처할 곳이 없어 시 여관에 짐을 풀고 임시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식통은 “강제 배치를 받은 데다 거처하는 곳마저 불편해 의사들의 내적인 불만이 더 쌓일 것으로 보인다”며 “마음이 없는 일에 적응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